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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북한 어린이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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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북한 어린이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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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남북관계가 원만했을 무렵 북한의 평양과 지방도시 몇 군데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평양은 중국 중소도시 정도의 활기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는 우리의 1960년대 후반처럼 초라하고 궁핍한 모습이 역력했다. 사석에서 북한 관계자에게 동독의 병원과 양로원, 고아원 등을 도와준 독일 디아코니아 재단 사례를 설명하면서 북측이 지원받을 동네나 학교를 선정해 통보해 주면 남한의 민간 종교단체가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의 대답은 한마디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북한 헌법에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있어서란다. 공산주의는 내부 생산물자든 외부 조달물자든 이를 한곳에 모아놓고 정부가 인민의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시스템이라서 남측 입맛대로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군부대 전용 가능성과 공산당 고위층이 가져간다는 남한의 의혹이 있다고 해도 공산주의 단어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사람 목숨이 제도보다 앞서야 한다는 내 주장은 그저 흐르는 대동강 물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경제학의 관점으로 보면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가 나왔고, 이를 보다 이상화시킨 것이 공산주의다. 사회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실적에 따라 분배받는 것이고, 공산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되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일해 10만원을 받는 제도가 전자라면 두 시간 일해도 필요하다면 10만원이 아니라 그 이상도 받는 제도가 후자다. 얼핏 공산주의가 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지구촌에서 공산주의를 실험한 국가는 모두 실패했다. 사람이 불완전한데 제도만 그럴듯하다고 뭐가 되겠는가.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성서가 적고 있는, '필요에 따라 나눠줌'(사도행전 4장 35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2009년 개정된 북한 헌법을 보면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사회주의만 남았다.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없어졌다고 북한 체제가 확연하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세한 변화는 감지된다. 대북 지원품의 분배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인 절차에서 북측이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필요보다 실적이 우선되는 시장경제 원리가 자리 잡을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이런 상태가 발전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자유경쟁 체제와 조세 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이제 김일성도, 그의 아들 김정일도 세상에 없다. 김일성 부자가 대립의 한 축이었던 남북관계에 변화의 조짐과 여지가 보인다.


적어도 우리 헌법 제4조에 규정되어 있는 통일 지향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통일은 언젠가 꼭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통일의 그때, 현재 북한의 어린 학생들은 별도의 재교육 없이 통일된 한국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어린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에 대한 남한의 기초적인 지원은 통일한국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의 그날,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결핍은 결국 통일한국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들이 정상적으로 교육받고 성장해야 남한의 노동력 부족도 해결할 수 있다. 우리 한민족의 동질성 보존이란 측면에서도 건강한 신랑ㆍ신부 후보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적십자나 정부기관을 통한 대북 지원은 정치적 논란과 퍼주기 시비가 일고 있어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비정치적인 민간단체의 북한 어린이에 대한 인도적ㆍ교육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되고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남북한의 정신적 유대관계 형성은 물론 주민 상호 간 호감과 친밀도 상승에도 도움을 주고 북한 정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통일한국 구성원의 건강성과 장래를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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