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인한테 재산 다 주고 왜 이혼했나 했더니"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재산 '0', 체납은 '3억'" 위장이혼男 공무원에 덜미 잡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 2009년 7월 홍 모(남. 76)씨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위장이혼이 발각됐다. 공무원들이 홍 씨를 추적한 것은 그가 용인시 신봉동 14개 대지(1만9902제곱미터, 6030평)를 팔아 챙긴 양도소득세(21억원 상당)에 대한 주민세 2억1000만원을 체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부과된 세금을 홍 씨가 내지 않아 그동안 가산금 75%가 붙어 세금은 3억6600만원이나 불어났다. 당시 그는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에 거주하고 있었다.

홍 씨는 문서상 재산은 0원이지만 사실상 위장전입과 위장이혼 등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홍 씨의 체납세금을 징수하기위해 신상부터 조사했다. 홍 씨는 2005년 3월 전 부인 유 모(여 73)씨와 협의 이혼했다. 그의 재산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와 양도를 한 탓이었다.

공무원들은 전부인 유 씨를 주목했다. 유 씨는 서울 논현동에 5층 빌라를 갖고 있고 배기량 4500cc의 에쿠스(2000년 식)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 보험료 계약자는 홍 씨였다. 공무원들이 빌라 인근 금융회사를 조사한 결과 홍 씨는 주기적으로 현금을 입출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5명은 전 부인의 집을 찾아갔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는 유 씨와 옥신각신한 끝에 경찰과 열쇠전문가를 대동해 수색에 나섰다. 건물 전체는 전 부인의 소유인데 5층 집은 80여 평 규모였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4개의 문을 거쳐야 했다. 집에 있던 홍 씨는 방과 연결된 베란다를 통해 집밖으로 빠져나가다 공무원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집안에는 가족사진이 붙어있었고, 홍 씨의 옷이나 소지품들도 고스란히 발견됐다. 이혼을 했지만 사실상 유 씨와 동거하고 있어 가장 이혼이라고 공무원들은 확신했다.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유 씨의 집에 있는 가재도구들과 동산을 압류했다. 이에 홍 씨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압류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 2심까지 가는 소송에서 홍 씨는 결국 패소했고 체납된 3억여원을 토해내겠다고 했다.


이같이 고의성 체납자를 추적해 세금을 물리는 조직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다. 이곳은 파산과 폐업, 신용불량, 위장이혼 등 다양한 이유로 체납한 이들의 세금을 추적, 징수하고 있다. 체납 소멸시효는 5년이어서, 고의성 체납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5년을 넘긴다면 추징이 불가하다. 하지만 홍 씨처럼 증거를 찾아 체납에 관한 소송이 제기되거나 압류를 당하면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다.


서울시내 5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와 체납액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2만7000명에 4983억 원 규모에 이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액 지방세 체납자에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는 고의성 체납자들에게서 거둔 세금을 복지 자원에 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무국 내 세무과에 있던 세금징수조직을 따로 분리해 승격, 정원도 26명에서 37명으로 확대했다.


징수과는 세금만 물리는 것은 아니다. 경제능력이 없는 체납자들의 신용회복을 도와 단계별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임원이던 천 모씨(남 60대)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고 지난 1995년 서울 이태원동의 대지와 집을 사면서 내야 하는 취득세 2000만원을 내지 못해 은행거래를 정지당했다.


시는 천 씨 예금압류와 은행거래정지를 풀어주면서, 체납된 금액 5%를 먼저 내게 한다음 48개월간 40만원씩 납부하도록 했다. 다행히 회사사정도 조금씩 나아졌고 천 씨는 세금을 꾸준히 갚았다. 이제 배당금 등으로 밀린 세금을 3개월 정도만 내면 체납자 족쇄에서 풀리게 된다.


권해윤 38세금징수과장은 "체납은 파산과 신용불량, 은닉 등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체납징수가 불가능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면서 "직원 30여명이 약 1000명 이상의 체납자의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