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위법적 예산 편성' 사전 경고 사실 드러나...무시하고 예산 편성 강행...행안부 "장관 직원 예산 재의결 요구할 수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시의회의 유급 보좌관 제도 도입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관련 예산안 통과 전에 공문을 보내 제동을 걸었지만 인천시의회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행안부는 "위법적 예산 편성"이라며 장관 직권으로 재의결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벼르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12일 시의회 사무처에 공문을 보내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명목으로 기간제 근로자 보수 등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위법한 예산 편성"이라고 경고했다.
행안부는 특히 "지방의회 의원 개인 보좌관 제도 도입은 대법원 판례상 지방의원의 보수와 대우에 관련된 입법 사항"이라며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보좌 인력을 도입해 활용하는 경우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예산 편성 기준상 사무보조 근로자의 임금은 기간제근로자의 보수 명목으로 편성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의정활동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사무보조인력을 채용하면서 기간제근로자 보수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이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행안부의 이같은 공문이 내려온 것은 시의회가 해당 상임위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해 통과시킨 직후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사전 경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며칠 후인 지난 16일 본회의를 열여 내년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러자 행안부가 발끈하고 있다. 위법적 예산 편성이므로 추가경정 예산 편성시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태는 다르지만 다른 시ㆍ도 의회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개인 보좌관 제도 도입과 같은 유형으로 보인다"며 "위법한 예산 편성이므로 인천시장이 재의결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장관 직권으로 재의결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의회는 최근 내년 예산안에 시의원들의 의정활동 보조ㆍ자료 수집 등을 위해 1인당 1명씩 기간제 근로자(청년 인턴)를 채용해 활용하기로 하고 5억 48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난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시의원들이 받는 의정비에 이미 같은 명목의 돈 150만원이 포함돼 있어 이중 지급 논란을 빚었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2012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도 빠져 있는 유급보좌관 제도 도입을 반대한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타 시ㆍ도의 경우 서울시의회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파견 형식으로 의정조사원(일용직) 114명을 고용해 시의원 사무실에 각 1명씩 두고 운영하다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위법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대안을 모색 중이다. 부산시의회는 기간제 근로제로 각 상임위원회마다 1명씩 보조 인력을 고용해 쓰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해 시도하다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취소하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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