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삽시다 - 웃음치료전문가 정영인씨
“일소일소(一笑一少란)란 말이 있잖아요. 웃음은 분명 젊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웃음강사이니 으레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깨까지 곱게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에구 예전엔 머리카락도 없었는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한때 그가 암환자였을 거라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하얗고 매끈한 피부, 고운 머릿결, 반짝이는 눈빛이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이다.
“치료 받고 내년이면 완치 판정을 받게 돼요. 그렇지만 전 이미 제게 완치를 선언했어요. 모든 게 웃음 덕분입니다.” 정영인(44)씨의 인생은 그야말로 웃음 때문에 180도 달라졌다. 그는 원래 유명 의류회사 디자이너였다. 냉철하면서도 깐깐한 성격의 그녀는 젊은 시절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에 가까웠다. 웃음도 거의 없었다. 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인상을 하고 다녔고 겉으로도 그런 이미지가 강하게 풍겼다.
잠시 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18년간 파리지엔느로 살았다. 세련된 패션 감각에 실력까지 갖춘 그녀의 인생에서 부족함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 때문인지 웃음이 끼어들 자리도 없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오른쪽 가슴에서 뭔가가 만져졌다. 병원에 갔더니 유방암이라고 했다.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요. 그런데 아프니까 생에 대한 집착이 생기더라구요. 살 수 있다면 뭐든지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기저기 건강에 좋고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헤맸어요.” 그 때 ‘웃음’을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웃음연구소에서 진행하는 2박3일 일정의 ‘행복여행’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날 죽을힘을 다해 웃었고 병마와 싸워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여태까지 제가 그렇게 잘 웃고 잘 노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그때 뭔가가 마음속에서 ‘탁’ 하고 놓이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웃어 버린다’고 하잖아요. 웃어서 버린 거예요.” 그날로 그는 점점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분이 좋았다. 통증도 줄어든 것 같았다. 타들어간 피부도 뽀얗게 다시 올라오고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도 자라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많이 유해졌다는 얘기도 듣기 시작했다. 그녀는 웃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해 웃음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웃음은 생명이에요. 저는 강의시간에 꼭 이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생명은 호흡하잖아요. 웃음은 호흡입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웃음운동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서 하하하 (옆 사람을 생각해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하고 10초간 웃어요. 그런 뒤 거울을 보면 확실히 생기 있고 어제보다 젊어 보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돼죠.” 그는 웃음과 안티에이징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웃음은 그리스어로 겔로스(gelos)라고 해요. 이 말의 어원이 헬레(hele)인데 그 의미는 건강입니다.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노화를 방지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봐요. 그렇다면 웃음은 분명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미국의 윌리엄 프라이 교수는‘하루 15초간 그냥 웃으면 이틀을 더 오래 산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웃기 시작할 때 우리 몸의 650개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입니다. 근육을 움직이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혈행이 좋아지면 신체가 활성화 돼 모든 면역 기능이 증강됩니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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