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3회 SBS 밤 9시 55분
쏟아지는 화살의 비 사이를 가르고 나간 이도(송중기)는 아비 태종(백윤식)에게 충성과 복종을 맹세한다. 태종이 보낸 빈 찬합이 자결을 권하는 것인지, 혹은 이도의 해석대로 그가 없는 미래를 준비하라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둘은 아직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신 “오직 문(文)으로 치세를 하려는” 이도는 무(武)로써 조선을 세웠던 태종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듯 5백년 간 지속된 왕조가 아니라 당시로선 “고작 26년 된 나라”였던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가 설득하며 기다리고 감싸 안는 “한가로운 자리가 아니”라는 태종의 주장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난 수십 년간 사회적 변화가 요구될 때마다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제기되었던 반론과 오버랩 되며 흥미로워진다.
결국 <뿌리 깊은 나무>는 과거의 역사를 복기하고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그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현재적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드라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죽은 정도전이 남긴 밀본지서를 둘러싼 숨 가쁜 추격전보다도 왕과 재상의 관계를 ‘꽃과 뿌리’로 표현한 사상의 밑바탕이며, 이는 작품의 제목과도 묘하게 연결되면서 이 이야기의 뿌리가 어디까지 깊게 파고들 것인가를 주목하게 만든다. 비록 “한 어린 유생의 비판조차도 죽음으로 되갚는 자가 이 나라의 주상이다”와 같은 의미심장한 대사조차 다소 어설프게 소화하는 아역배우들의 연기와 홀로 좌충우돌 민폐 캐릭터가 되어 가고 있는 똘복이에 대한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다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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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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