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물귀신 미국, 우왕좌왕 유럽, 콧대 높은 중국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로마로 가는 세갈래 길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뭉치면 망한다. 유럽의 교훈이다. 뭉칠 때는 그럴만한 상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구정물에 설탕을 탄다고 해서 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 때 그리스 정부의 장부를 분식 처리해 준 장본인이 골드만 삭스라는 때늦은 원망도 있지만, 역시 때가 늦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의 고민은 그리스가 혼자 망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리스의 부도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연쇄 부도로 이어진다. 그 부실까지 독일과 프랑스가 막아낼 재간은 없다. 자칫하면 같이 시궁창에 떨어질 판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되살리며 화려하게 출발한 유럽공동체가 뿌리부터 흔들거리지만 유럽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17개 회원국이 18가지의 목소리를 낸다. (독일의 연정 파트너가 메르켈 총리와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가 30분이 못되서 파산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시계바늘이 다시 절반을 꺽기도 전에 파산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브릭스가 유럽 국채를 매입할거라는 보도가 실린 신문지 잉크가 채 식기도 전에 브라질 중앙은행 관계자가 “유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초를 친다.


지난 주말부터 화요일까지 내내 유럽은 보도와 오보와 루머와 반박 속에서 날을 지샜다. 보다 못한 메르켈 총리는 ‘그 입을 다물라’고 경고장을 날렸고, BNP 파리바 은행을 부도 직전이라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해 이 은행이 허위보도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선진국형 언론통제다. 인터넷 루머 단속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미국은 살판이 났다.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던 2008년의 구제금융(TARP)의 원죄를 이번에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국식의 구제금융을 유럽 재무장관들 귀에 속삭인다. 물론 국영화는 아니다. 말이 좋아 사회화(socialization; 혹은 사회적 소유)라고 불리는, 국가는 돈만 대고 은행 투자가들만 배불리는 세금 걷어 뒷돈 대기 방식이다.


미국의 경제언론들은 저마다 펀드 매니저들을 동원해 "유럽은 끝났다“고 전한다. 정작 유럽인들은 뭐가 끝났는지도 모르고 있다. 사실 유럽의 침몰은 헷지펀드와 미국계 자본이 공격의 주역이다. 2008년도에 그토록 홍역을 치루고도 섀도우뱅킹에 대한 규제를 미적거렸던 댓가를 유럽은 톡톡히 치르고 있다.


거기에 미국 연방은행도 미국내 유럽계 은행에 대한 자본 유출 감독 강화로 은근히 한몫 거들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은 돈줄이 말리고 있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마샬플랜으로 주었던 것을 다시 거두어 가고 있는 셈이다. 역마샬플랜이다. 미국의 대유럽 기본원칙은 ‘공동정범화’이다. 3년전의 TARP가 얼마나 불가피하고, 정당하며, 올바른 조처였는지 주입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로화의 약세로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표시된 원자재 및 상품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미국의 생돈 찍어내기(양적완화)의 그럴듯한 조건이 된다. 미국은 유럽의 고난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내다본다. 달러화 가치 상승, 인플레 우려 약화, 달러 공급확대. 시쳇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는, 일석삼조의 효과다.


중국은 으젓하게 훈수를 두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유럽 지원에 전세계가 목을 매자, 대국답게 ‘친구론’을 설파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게 친구다. 그러니 유럽은 친구답게 보이라는 것이다.


AD

먼저 WTO가 설정한 2016년 이전에 유럽이 중국이 완전한 시장 경제 체제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면서 “몇 년을 앞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이 친구가 친구에게 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친구 원 총리가 설파하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입이나 유럽계 은행들에 대한 자금 공여와 같이 지금 당장 유럽이 절실한 항목들이 아니다. “우리는 여러차례 도움의 손길을 늘리겠다고 표명해 왔으며, 유럽에서의 우리의 투자를 증가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먼저 ‘집안 정리 좀 하라’ (get house in order). 그리스 내보내고 이탈리아 교육 좀 시키라는 얘기로 들린다. 안팎으로 다 조건을 내건 것이다. 무서운 친구다.


미국에 대해서는 “전세계 투자가들의 이익을 보증”하고 재정과 금융에 있어서의 안정성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뒤집어서 말하면, 미국은 무책임하고 안정성이 없다는 뜻이다. 한 술 더떠서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은 유럽과 더불어 수출 제한을 풀고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위해 시장 개방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는 어디가 죽의 장막인지 묘연할 지경이다. 아마도 친구라기 보다는 ‘형님’쪽에 가까운 탓이리라.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