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기업경영에서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별 산업 분야 매출액이 출렁일 정도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업은 날씨 변동에 따라 상승세를 타기도 하고 하락세를 타기도 한다. 또 이러한 경기부양과 침체효과는 기상 상태에 따라 업종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상기후에 따른 경영전략 수립=여름철(6~8월) 폭염 기간의 경우 맥주 출고량은 20~30%가량 증가하고 봄가을 황사가 올 때는 병원, 약국, 세제 회사부터 화장품, 선글라스, 마스크, 돼지고기 등의 매출이 급증한다. 장마 기간에는 피자 판매가 3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우건설도 기상정보 활용으로 공정, 품질, 안전, 원가 등에서 연 매출액의 약 6%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 총 268개소, 해외 38개소의 현장에 상세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작업불능 일수를 계산하고 공사 중단과 복구에 따른 비용 발생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철 폭염 일수가 증가하고 황사 발생 일수도 늘어나는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나 태풍 등은 수출품 선적 지연과 조업 중단, 폭설은 주유소와 항공사, 손해보험사의 매출을 떨어뜨리는 등 산업체의 수익과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기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형 기상이변 발생건수를 보면 최근 10년(1999~2008년) 사이 24.5건으로 과거 10년(1981~1990년)의 12.7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산업활동과 공정이 정밀화되면서 사소한 기후변화가 산업체의 비용이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손해율 관리' 비법…날씨 SMS 서비스=많은 기업이 기상 정보의 효용성에 주목해 날씨 정보를 기업경영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화재보험사인 메리츠화재의 '날씨 SMS 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메리츠화재는 고객의 날씨 SMS 서비스로 7개월간 약 254건의 교통사고를 감소시켜 약 51억원의 재무적 손해를 줄였다. 날씨 SMS 서비스는 일정량 이상의 비나 눈이 오는 위험기상 예보 시(눈 3㎝ 이상, 비 30mm 이상, 안개 시), 해당지역 자동차보험 가입고객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날씨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는 서비스다.
메리츠화재는 이 기상정보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 서비스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사전 검증단계를 철저히 진행했다. 사고율 비교를 위해 가입고객을 두 집단으로 나눠(주민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고객과 짝수인 고객) 그중 한 집단에만 날씨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6년 2월부터 1개월간 총 9회에 걸쳐 날씨 SMS를 82만7054건 발송한 결과, 사고율이 10.7%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특히 이례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던 2006년 2월에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SMS 서비스를 본격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메리츠화재는 2006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기상악화 예보상황 발생 시 통보 대상 지역의 날씨 SMS 발송고객과 미발송 대상고객을 비교 분석하여 날씨 SMS를 받은 고객의 사고율이 날씨 SMS를 받지 않은 고객의 사고율과 비교해 11.4% 낮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7개월간 약 254건의 교통사고를 줄인 효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의 평균 자동차사고 보험금이 192만7000원인 것을 고려할 때 날씨 SMS서비스는 약 5억원에 이르는 손해액 감소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사고율이 높아 위험지역군으로 분류되는 군, 면 지역과 태풍의 영향으로 기상상태가 나빴던 9월 중순경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손해보험 회사는 '손해율 관리'가 핵심이다. 특히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은 고객의 행동 패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험회사에서 통제가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은 인수거절 혹은 차종이나 차량가액, 사고경험 등에 따라 인수지침에 차별화를 두는 등의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초기 유입단계에서의 관리일 뿐 그 이후 사고로 인한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여기서 메리츠화재는 날씨와 교통사고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기초로 사고의 원인이 되는 날씨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시야 확보, 노면상태 등 기상상황은 운전여건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폭우나 폭설과 같은 날씨는 자동차 사고의 주원인이 된다고 본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운전자가 날씨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목적지의 기상상황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기업들은 날씨 마케팅에 열중=이 밖에 대우건설은 기상정보를 활용해 공정, 품질, 안전, 원가 등에서 연 매출액의 약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화장품업체인 '네이처리퍼블릭'도 날씨정보를 종합해 고객들에게 피부관리 조언을 문자로 보내 제품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 LCD TV 제조업체들은 황사로 인한 불량품을 줄이기 위해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