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치, 전쟁, 그리고 체제에 대한 거부

시계아이콘02분 0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오슬로 총격 등 이성적인 광기가 부른 죽음들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2001년 9.11 사건 이전 발생한 최대규모의 테러사건은 지난 1995년 4월의 미국 오클라호마주 연방건물 폭파사건이었다. 차량폭탄으로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클라호마 테러사건의 주범인 미국의 티모시 맥베이와 이번 노르웨이 대량 살상 사건의 당사자인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심지어는 차량폭탄 원료로서 농업용 비료를 사용한 것까지 똑같다.

무엇보다도 둘 다 냉정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논리적 귀결을 극한까지 밀고 올라가서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티모시 맥베이의 신념 체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 즉 ‘주민들의 자치’였고 국가는 거기에 개입할 권한 따위는 없었다. 그에게는 1993년 2월 미국 텍사스주의 웨이코에서 벌어진 연방정부의 다윗분파 진압사건으로 74명이 죽은 사건이 연방이 개인을 억압하는 증좌였고, 그같은 억압시스템은 파괴되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브레이빅은 역사적 유럽, 즉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백인들의 유럽이 자신의 가치였다. 이슬람 이민자들이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믿었고, 지금의 정치제도가 이를 조장하는 악마라고 보았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이들은 ‘유럽을 위해’, 혹은 ‘미국을 위해’ 그 유럽이나 미국의 현재를 파괴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인간들, 즉 이슬람이나 연방공무원을 증오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우리에게 간섭하지만 않는다면”(맥베이). 브레이빅은 이슬람에게 그들의 땅에 가서 살라고 요구했다. 그가 쓴 유럽독립선언에는 “이슬람이 아니라, 유럽의 유산을 뒤흔드는 좌파들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브레이빅이 분노한 것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였다. 브레이빅이 보기에는 다문화주의는 유럽의 역사적 동질성을 파괴한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좌익 정치가들이 다문화주의를 선동하게끔 허용해주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 전체를 부정한다.


유럽은 자신들의 역사적 전통 위에 동질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시스템은 그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을 금기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강요된 다양성은 옳지않다”고 주장한다. 맥베이에게는 주민들의 자치를 가로막는 ‘미국 연방’이 바로 그같은 다양성을 강요하는 적이었다. 그가 연방정부의 웨이코 진압에 대해 분노한 것은 비단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의 ‘자치’에 연방정부가 무력으로 개입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둘다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직접 민주주의’는 옹호하지만, 그 조그만 테두리를 넘어서는 어떠한 개입과 간섭도 거부한다. 브레이빅에게는 다문화주의가, 맥베이에게는 연방이 바로 그같은 ‘강요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서로의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브레이빅이 ‘최선의 민족주의, 보수주의에 가장 가깝다’고 찬사를 보낸 한국이나 일본 사회를, 맥베이는 아마 개인을 억압하는 국가라며 거부했을 것이다. 그것은 퇴역군인과 소상공인, 미국과 유럽 출신이라는 두 사람의 배경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브레이빅은 자신이 ‘유럽의 영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맥베이는 끝까지 시니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가장 가깝게 만드는 것은 바로 행동방식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정치제도를 통하지 않고 전쟁의 논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다에게 있어서 국가와 정치 자체가 ‘적’이었다. 웨이코 사건을 “국가시스템에 의한 국민의 학살”로 보았던 맥베이는 자신의 테러에 의한 희생자들이 시스템의 일부였다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맥베이는 체포 뒤에 “피해자들을 마치 스타워즈에 나오는 병사들 처럼 생각했다”면서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잘못이 없을지 몰라도, 악의 제국(Evil Empire)를 위해 일했다는 점에서는 유죄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악의 축들’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6년전에 이미 미국인 스스로가 자국을 ‘악’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맥베이보다는 더 사색적이었던 브레이빅은 ‘최대 효과’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전쟁을 선택한다.


브레이빅은 자신의 행동을 순교작전(martyrdom operation)이라고 부르면서 군사 전략 분석가들의 견해를 내세웠다. 더 큰 효과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군사전문가들이 “충격과 공포”(shock and owe)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심지어 그는 알 카에다에 대해서 어느정도 존경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군사조직으로서 탁월한 적응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자에게 모두 바닥에 깔려있는 것은 전쟁의 논리이다. 다만 그것이 국가적인 동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제도적인, 국제법적인 전쟁이 아니라, 개인의 시스템에 대한 전쟁, 1인전쟁이라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인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그리고 다원주의라는 이름을 통해 그같은 적대의 논리를 제도내로 끌어들여 순치시키는 게임의 규칙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어떤 개인들은 자신이 속한 그 게임의 세계를 폭압과 정체성의 혼란을 통해 인간을 노예로 순치시키는 통로로 바라본다. 아직도 인류는 정치와 전쟁 사이의 갭을 메우는 체제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일까?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