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말기암환자에게 완화의료를 제공한다고 해서 더 빨리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를 진행한 윤영호 박사(국립암센터)는 "환자가 생명연장이 어려운 시점이 되면 의료인들은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고 조기에 완화의료에 의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가 11개 대학병원의 18세 이상 말기암환자 481명을 대상으로 관찰연구를 시행해 20일자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말기상태임을 환자가 아는지 여부 ▲완화의료를 사용한 여부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모두 말기암 진단 후 생존기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ICU(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47% 생존기간이 짧았다. 윤 박사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자체가 질병의 위중함을 의미하므로 ICU 입원 자체가 생존기간에 영향을 줬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환자에게 말기암임을 공지하고 중환자실 치료를 받지 않거나 완화의료를 제공할 경우 사망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인식이 타당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윤 박사는 "외국의 최근 연구를 보면 완화의료는 삶의 질을 호전시켜 생존기간을 늘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말기 통보와 완화의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들을 바로 잡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박사에 의하면 미국은 전체 사망환자 중 41.6%가 완화의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9% 불과하다.
한편 이번 연구에 따르면 481명 중 19% 환자가 말기 진단 후 1개월 내에, 41.3%는 3개월 이내 사망했다. 6개월 이상 생존한 경우는 17.7%였다. 말기 진단 후 평균 생존일수는 69일에 불과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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