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동물들을 대량으로 죽이지 않고서도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방법이 없을까?" 모든 것의 시작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지난겨울은 잔인할 만큼 추웠다. 돼지 330만 마리, 소 15만 마리 등 총 34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살처분됐다. 경제적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정부 추정 피해액은 약 3조원에 이른다.
수의학을 전공하는 김유진 학생과 생물을 전공하려는 이선근 학생에게 구제역 사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죽여야만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두 사람에게 가장 큰 고민은 '살처분 없이 전염을 막을 수는 없을까?'였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워낙 강하다. 당시 정부는 구제역 판정이 내려진 경우는 물론 의심 판정이 내려진 경우에도 예방을 위한 살처분을 감행했다. 백신을 접종한 가축 역시 나중에는 살처분을 피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는 구제역 예방접종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구제역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취급돼 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백신을 맞은 가축마저 죽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두 학생이 생각해낸 방법은 새로운 구조의 백신이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킬드(Killed) 백신이 아니라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열로 죽이거나 아주 약하게 만들어서 주입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항체가 몸에 만들어져 나중에는 구제역에 걸렸던 소인지 백신을 맞은 소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
김유진 학생은 "바이러스를 그대로 활용하는 백신이 아니라 필요한 단백질 구조만 새롭게 조합하는 백신을 만들고 여기에 따로 폭스 바이러스를 첨가하면 백신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가축과 백신을 맞은 가축을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구제역 바이러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폭스 바이러스 유전자를 활용한 '단백질 재조합 마커 백신'이다. 바이러스에 걸렸던 것이 아니고 단순히 백신을 맞은 가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백신을 맞은 가축까지 살처분하는 관행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두 학생의 판단이었다.
구제역 방역 현장에서의 작업을 돕기 위해 '즉석 진단 키트'를 만든 것도 이들의 아이디어다. 이선근 학생은 "방역 현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구제역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임신 진단 키트처럼 구제역 즉석 진단키트를 만드는 것 역시 구제역 방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제역 피해를 막을 대책을 고민하던 그들의 생각은 전국적인 가축 전염병 방제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로 뻗어갔다.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 전염병을 별도의 체제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GIS 활용사례 예시
이선근 학생은 "구제역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적으로 방역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가와 검역소마다 즉석 진단 키트로 구제역을 검사한 결과에 지리정보시스템을 결합하면 전염경로와 파급력까지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지난달 18일 건국대에서 열린 '기술융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공모전 심사는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인 로저 콘버그 교수를 비롯한 대학의 각 분야 교수들이 맡았다. 이들은 수상으로 받은 1000만원의 연구비로 10월까지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김유진 학생은 "연구비로 새로운 백신을 배양ㆍ합성해 실험용 돼지에 접종해볼 생각이고, GIS시스템 구축은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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