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1.경기도 안성에 사는 이재만씨(41)의 냉장고 앞에는 X와 △가 그려진 포스트잇들이 붙어있다. 매일매일 써서 붙여두는 음식일기다. X는 다 먹은 재료, △는 남아있는 재료다. 그는 장을 보기 전에 음식일기를 보고 구매목록을 작성한다. 그리고 구매한 식품은 구입한 날짜, 유통기한 등과 함께 다시 음식일기에 기록된다. 이 씨는 음식일기를 쓰면서 식품비를 월 13만원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음식물이 남아 있는 줄도 모르고 썩혀서 버리는 일이 없어져 음식물쓰레기 양도 그만큼 줄었다.
#2.부산대학교 학내 동아리 '그린 라이더'는 '잔반을 남기지 않겠다'는 빈그릇 운동을 벌여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또 학교식당 퇴식구를 '그린존'과 '레드존'으로 구분해 잔반을 남기지 않은 사람은 '그린존'을 이용하고 빈그릇 쿠폰 도장을 찍어 다 채우면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제공한다. 음식물을 남긴 사람은 '레드존'으로 가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매주 화요일을 '화장날(화요일은 장난 아니게 다 먹는 날)'로 정해 '레드존'을 아예 없애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런 기발한 방법으로 부산대 학생식당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양은 20%나 줄었다. 이씨와 그린 라이더 모두 양파망이나 체반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제거해 무게를 줄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환경부(장관 이만의)는 이같은 우수사례 및 기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101가지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전용 홈페이지(www. zero-foodwaste.or.kr)를 오는 6월초 정식 오픈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홈페이지에는 가정, 음식점, 집단 급식소 등 주체별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실천방법을 제공하는 별도의 코너가 마련돼 누구나 그 실천방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미 올해 2월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101가지 실천방법'과 '우수 실천사례'를 알리는 행사를 갖고, 실천방법을 담은 책자를 각 광역 및 기초지자체, 관련 시민단체에 1만부 가량 배포했다.
우리나라의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2009년)은 1만4118t으로, 연간처리 비용은 7000여억원에 이른다. 환경부는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경제적 가치만 따진다면 무려 18조원이나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2001년 1만1236t을 시작으로 2008년 1만5000t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가운데 70%가량이 가정 및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나머지 중 10%는 집단급식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정과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이씨와 '그린 라이더' 같은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20%씩만 줄여나가도, 온실가스는 연간 177만톤KgCO2e, 에너지는 연간 18억kw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승용차 47만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맞먹고, 200리터들이 보일러 등유 226만 드럼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절약되는 금액만 연간 1400억원이 넘는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책자로 제작하는 데는 비용부담이 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오픈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5월9일 가오픈된 해당 홈페이지는 현재 자료를 업데이트 하는 중이며, 네이버 연관 검색과 환경부 홈페이지에 링크 걸기 등의 최종 작업을 마친 뒤 정식으로 오픈된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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