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계속]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 '제파로프 데려오기' 작전
스투 오앤디는 제파로프,게인리히, 카파제 등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선수를 처음 데려온 걸로도 유명한데
김 아시아쿼터가 생길 즈음이었다. 일본이나 호주 선수는 뻔하고 경쟁력이 없었다. 조금 더 발을 넓히자는 의미에서 중앙 아시아에서도 우즈벡을 주목했다. 그곳에서 제파로프를 찾아낸 거다. 제파로프는 200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보면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였는데, 당시 소속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돼 곧바로 이적은 어려웠다. 2년쯤 지난 뒤 이적 시기가 왔다. 또 서울엔 당시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했고 제파로프가 적임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추천했고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제파로프가 K리그에서 성공한 덕분에 우즈벡 선수들로 하여금 '코리안 드림'을 꿈꾸게 하고, K리그가 아시아 최고의 리그란 인식을 심어주지 하지 않았나. 아시아쿼터제도의 진짜 의미도 살렸다. 에이전트로서 보람있는 일이다.
스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김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남들 다 하는 것 말고 새로운 시도, 새로운 시장과 메리트를 만들어내고 싶다. 아시안컵 때 제파로프 덕분에 국내 팬들도 우즈벡에 관심이 생기고 팀도 4강에 가지 않았나. 카파제와 게인리히도 아시안컵 전에 이미 찍어놓은 선수였다. 그쪽 선수들도 K리그에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아시안컵때도 괜히 우즈벡 선수들이 우리랑 눈 마주치려고 하더라. 제파로프와도 짧은 시간 많이 친해졌다. 아시안컵 당시 호텔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엄청 반가워했다.
그런데 이젠 너무 많은 한국 에이전트가 우즈벡에 몰렸다. 그러면서 몸값도 너무 올 랐고, 재미없어졌다(웃음) 이제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중이다. 난 이미 다른 사람이 해놓은 걸 하면 재미가 없다.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 같은 걸 선수들에게도 강조한다. 발전적인 선의의 경쟁을 위해 노력한다.
스투 K리그에 흔히 볼 수 있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는 관리하지 않는가
김양희(이하 김) 우리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는 잘 안 다룬다. 잘 모르는 선수를 막 이적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늘 브라질 나가 있을 수도 없고, 내가 모르는 선수 소개해서 잘 못해 오앤디의 명성이 깎이는 건 싫다. 불성실하고 멘탈이 약한 선수도 많다.
◇ 축구 꿈나무와 K리그를 향한 고언
스투 베테랑 에이전트로 봤을 때 축구선수로서 성공하려면 어떤 걸 갖춰야 할까?
김 성실함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 성실함에서 집중력이나 마인드 컨트롤도 나오는 법이다. 이건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이 성공할 수 있던 것도 성실함이다. 지성이가 재능이나 신체조건이 탁월한 것도, 처음부터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다 정신력으로 극복했고, 그 정신력은 성실함에서 나왔다. 내가 여자로서 에이전트 세계에서 살아남은 것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올인하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저절로 찾아지지 않는다. 내가 좀 성실하다(웃음)
우리 선수들에게 90분 동안 경기에 푹 빠지라고 주문한다. 가끔 경기하는 모습을 보 면 잡생각이 너무 많다. 슈팅, 패스, 헤딩을 하더라도 목적을 갖고 해야 한다. 공이 온다고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절대 안 된다. 한번은 터키리그에서 170cm도 안 되는 선수를 봤는데, 장신 숲 사이로 비호같이 나타나 헤딩을 넣더라. 실제로도 헤딩골이 많은 선수였다. 골을 향한 집중력이 대단했다. 그런 선수는 반드시 성공한다.
더불어 긍정의 힘도 필요하다. 프로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선수가 훨씬 많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불만만 나오고 성실함도 안 생긴다. 요즘 해외 진출이나 연봉 얼마 받는지에만 신경 쓰고 뜬구름만 잡는 애들이 너무 많다.
스투 K리그 선수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주문을 하고 싶나
김 K리그 선수에게 가장 우려가 되는데 책임-의무-권리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점이다. 내가 의무를 다할 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정확히 교육이 되지 않아 결여된 선수가 가장 안타깝고 우려된다.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 너무 연봉에 포커스를 맞춘다. 에이전트들도 거기에 한 몫 했다. 나부터도 반성한다.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본인이 가장 중요한 의무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축구선수는 축구가 직업이고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축구선수로서 올인하고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때 돈과 명예는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늘 강조한다.
스투 실제로 대표선수가 되거나 조금만 유명해지면 허황된 꿈을 꾸거나 게을러지는 선수가 종종 보인다.
김 대다수 선수가 대표가 되고 잘 한다는 평가를 들으면 나태해진다. 그런 점이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비전과 꿈을 향해 나가는 유망주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선수가 별로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유럽보내줄게' '내가 J리그 보내줄게'란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득세했다. 요즘엔 선수들이 오히려 대놓고 "나한테 뭐해줄 수 있는데요"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아…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해외진출이나 대형계약을 못 해주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 목표를 설정한 선수는 발전이 없다. 어느 순간에도 만족할 수 없는 게 돈이다. 그런 선수에겐 에이전트가 필요한 게 아니라 투자상담사가 필요할 것 같다. 목표가 이미 틀린 거다.
스투 선수들에게 인터뷰의 중요성도 강조하던데
김 언론이나 팬들은 선수를 보고 싶어한다. 기업은 왜 선수 스폰서를 하겠나. 다 홍보효과를 위해 투자하는 거다. 그만큼 선수도 모자 쓰고, 옷 입고, 신발 신고 나가야 한다. 아디다스 스폰서 받는데 나이키가 더 좋다고 입고 나가면 되겠나. 프로선수는 나 혼자 인생 즐기려고 사는 게 아니다. 팬과 함께 즐기는 게 프로스포츠고, 선수는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경기 졌다고 인상만 팍팍 쓰고 있으면 안된다. 팬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뷰도 일종의 선수 가치를 상승시키 는 마케팅이다. 잘나간다고 자만하고 기자들 무시하려 하면 안 된다. 좀 떴다고 팬들 사인해주고 사진 찍어주는 것 귀찮아해서도 안 된다.
스투 기자 입장에서 보면 프로야구는 경기 전 더그아웃 인터뷰 등 미디어와 선수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덕분에 이야깃거리도 많이 나온다. 이에 비해 K리그는 선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
김 동감이다. 경기 전날 미디어데이 뿐만 아니라 연맹이나 구단도 언론과 선수가 좀 더 자주 대화하고 인터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선수들도 정형화된 대답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 팬들과도 자주 만나게 해줘야 한다. 감독들도 너무 경직되지 않고, 선수들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고 즐겁게 인터뷰해야 한다.
◇ '오렌지빛 꿈'은 계속된다
스투 끝이 없이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축구현장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제 정리를 좀 해보자. 업계의 베테랑으로서 에이전트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 에이전트는 그림자다. 선수보다 에이전트가 돋보이면 안된다. 선수가 돈을 벌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더불어 에이전트는 멘토다. 선수의 정신상태와 태도를 붙잡아 주는 사람들이다. 다만 '위대한 탄생'처럼 멘토 자신만의 방식과 노하우가 다를 뿐이다. 나 같은 경우 선수들에게 '너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 '최선을 다해라' 고 얘기하기보다 '드리블이 좋잖아' '킥이 좋잖아' '중거리 슈팅 좋은데 왜 안 쏘니'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해준다. 중요한 건 그때마다 내가 먼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 그 대답을 끄집어낸다. 소크타레스적인 방식이다. 난 우리 애를 가르칠 때도 그렇게 한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갖는 방식이 같은 셈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기주도 학습이다(웃음).
사실 우여곡절이 많은 직업이다. 이쪽에서 이 선수가 잘하면 좋지만 저쪽에서 다른 선수가 경기 못 나오면 슬프다. 그래도 항상 기쁘고 즐겁고, 감사하며 산다.
스투 에이전트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김 일단 선수와 마찬가지로 빅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싶다. 대리인으로서의 최종 목표다. 또 하나는 K리그에서 에이전트가 파트너로서 인정받아 클럽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K리그라는 산업이 커 나가는데 오앤디의 역할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앤디도 '오렌지(Orange) 앤드 드림(Dream)의 약자다. 산업의 한 역할을 하고 싶다. 처음은 단순히 선수의 대리인만을 꿈꿨지만 시장에 녹아가면서 책임감을 느꼈다. 나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고 K리그와 클럽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개척하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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