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에서 2차, 3차 술자리는 이제 보편적인 음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면 우리 몸은 여러 대사 과정이 일어나면서 간, 심장, 뇌 등의 손상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술이 위험한 것은 그 후유증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만 이외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고관절(엉덩이 관절)이다. 고관절과 음주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고관절 질환인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대퇴골두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 조직이 썩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고관절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경우 이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특히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병원 자체 통계에 따르면 40~50대 남성 환자가 전체 무혈성괴사 수술 환자의 36%를 자치할 정도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음주와 고관절 외상,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음주를 하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겨난 지방으로 인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뼈가 괴사한다. 또한 사고나 낙상으로 인한 골절, 흔히 염증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를 장기 또는 과다 복용할 경우 혈관이 약해져 대퇴골두무혈성괴사의 발병률이 높아지게 된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 초기에는 허리디스크와 상당 부분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허리 부근에서 시작되는 통증은 점점 골반으로까지 확대된다. 일반인들에게 고관절 질환은 생소하기 때문에 보통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고 전혀 상관없는 치료를 받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허리디스크가 아님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상당부분 대퇴골두의 괴사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고관절 주위에 통증은 있을 수 있으나 그리 심하지 않아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후에는 다리를 벌릴 때 사타구니가 아프기도 하는데 이를 방치하면 골두가 주저 않아 한 쪽 다리가 짧아져 절게 되며, 다리 벌리기와 양반다리 및 보행이 불가능해질 정도가 된다. 40~50대 중년 남성들의 경우 가장으로서 일을 놓을 수 없어 수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관절 수술 기법과 재질이 눈부시게 발전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근육-힘줄 보존 최소절개’ 수술법으로 피부 절개 및 근육 손상을 최소화해 당일 재활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멀리하고 비만 방지를 위해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또한 정기적인 검진으로 몸 상태를 항상 체크하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상호 웰튼병원 대표원장
의학박사, 정형외과 전문의
가톨릭 의대 외래교수, 한림대 의대 외래교수
영국 Princess Elizabeth Orthopedic Center
& Exeter University 전임의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