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기행] "7700m에서 쳐봤어?" 일본 그린아카데미

코스 곳곳에 서 있는 바람의 강도와 방향을 알려주는 바람자루가 이제는 명물이 됐다.

일본 동북부의 후쿠시마는 골프를 위한 세 가지 장점을 두루 갖췄다.

거리가 가깝고, 그린피가 저렴하며 코스도 좋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넓은 현으로 60여개의 골프장이 있어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 골퍼들의 골프투어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풍요로운 자연과 유적지, 온천지대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8시에 비행기를 타니 1시간50분 만에 도착해 그린아카데미골프장에서 바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평탄한 지형이지만 전장이 7700m나 된다. 페어웨이 곳곳에는 방향과 강도를 알려주는 바람자루가 있다. 비행장 활주로에서 조종사에게 바람의 상태를 알려주는 듯한 풍경 같아 독특하다. 이 자루가 마치 콘돔처럼 생겨 여기에 볼을 집어넣으려는 골퍼들의 시도로 이제는 명물이 됐다. 코스 상태도 좋아 한달 전에 예약을 해야 겨우 티타임을 잡을 수 있다.

필자가 라운드한 날은 티잉그라운드가 모두 챔피언티를 사용해 골프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파5홀은 무려 600야드가 넘고, 파4홀도 450야드 이상, 파3홀도 230야드가 넘는다.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라면 파온이 쉽지 않다. 여기에 벙커와 워터해저드, 러프 그리고 도그렉홀도 가세했다. 그린 역시 미묘한 언듈레이션에 스피드까지 빨라 절절매고 말았다.

이런 긴 홀에서 스코어 메이킹을 위해서는 과욕은 금물이다. 힘이 절로 들어가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 또 그린 앞면에 벙커나 해저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파온을 노리는 정면 돌파보다는 우회하는 것이 현명하다. 볼의 라이가 나쁘면 갈 길이 멀어도 페어웨이우드보다는 아이언으로 바꾸어 잡는 결단이 필요하다. 보기플레이 작전이 낫다는 이야기다.

이날의 라운드가 나름대로 긴 코스에서의 공략 요령을 터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선 드라이브 샷은 230야드 이상이 나가야 한다. 롱아이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이 필요하고, 페어웨이우드도 해저드를 피하고 그린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서는 높이 띄울 수 있는 고난도 샷을 습득해야 한다.

온 그린이 안 될 때를 대비해 30야드에서 50야드 어프로치 샷 연습과 어려운 그린에서의 퍼팅연습도 절감했다. 골프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이 정도 긴 골프장에서 며칠에 걸쳐 라운드를 해보면 스스로 단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장 이름에 아카데미가 붙은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