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서울전자음악단. 신윤철(기타), 오형석(드럼), 김정욱(베이스)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지난해 6월에 신석철 대신 오형석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 신석철이 거의 10년 만에 이은미 밴드에 다시 참여하게 되면서 공연 스케줄이 겹쳐 오디션을 통해 드러머를 뽑게 됐다. 정원영 교수님도 “드럼을 굉장히 잘 치는 친구”라고 추천하셨다.
오형석이 서울전자음악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4인조 록밴드 더 문에서 드러머로 활동했고 재즈 장르도 많이 접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연주 음악이나 재즈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두 형님의 영향으로 옛날 노래를 많이 듣고 있다.
세 명 모두 말이 없는 편이다. 김정욱은 서울전자음악단에 들어오면서 말수가 줄어들었고, 오형석은 원래부터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우리는 술을 마셔야 얘기를 한다. 하하하. 그렇다고 매체 인터뷰나 방송에 출연했을 때 특별히 힘든 건 없다. 사실 고생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한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어야 하는 상대방이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 웬만하면 멘트도 잘 안 하는 편이다. 사실 멘트가 길어지다 보면 그만큼 음악을 들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말은 최대한 짧게!
전주국제영화제 공연은 처음이다. 우리가 그동안 계속 비슷한 레퍼토리로 공연해왔는데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 옛날 노래들 중에서 좋은 곡을 골라 연주할 생각인데, 방금 인터뷰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들었던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신윤철은 오직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적이 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영화를 보려고 1970년대 프랑스 영화를 골랐다. 미술가, 음악가, 시인 등 예술가들이 시위를 하다가 결국 돈 많은 친구에게 의존해서 산다는 심각한 내용이었는데, 같은 예술가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예술과 돈은 굉장히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다.
2집
경기도 광주에서 곡을 쓰고 녹음을 했다. 예전에 신석철이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에 집을 얻어 같이 살고 합주를 한 적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같이 살면서 앨범 작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가정집을 장만했고, 산 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앨범을 만들었다. 회사 문제로 약 4년 동안 2집 앨범을 만들게 됐는데, 짧은 시간 안에 빨리 만들면 좀 더 생기 있는 음악이 나오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보면 완성도 면에서는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같은 곡을 수 십 번 녹음하고 그 중에서 잘 된 것만 골라서 쓸 수 있으니까.
그 곳에서 탄생한 곡이 ‘고양이의 고향노래’, ‘종소리’, ‘섬’, ‘나무랄 데 없는 나무’다. (곡 제목들이 모두 자연친화적인데?) 어? 듣고 보니 그렇네. 하하. 공간적인 영향이 진짜 큰 것 같다. 자연을 보고 있으니까 가사도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쓰게 됐다.
그 중 ‘고양이의 고향노래’는 작업실 근처 슈퍼마켓에 묶여있는 새끼 고양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슈퍼마켓 주인 할머니가 태어난 지 한 달 된 새끼 고양이라며 우리한테 키우라고 주셨다. 그래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 분이 고양이를 묶어놓고 키우면 다른 산고양이들이 와서 공격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다보니 마치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 같기도 하고, 4년 동안 음반도 못 내고 방송 출연도 못하셨던 아버지(신중현)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버지 노래를 금지곡으로 선정한 이유도 진짜 뭐, 창법 저속, 가사 퇴폐풍조 조장, 이런 걸 갖다 붙이니까 뮤지션들의 표현의 자유가 사라졌다. 한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집 앨범에서 기타 솔로가 많은 이유는 마치 공연을 하는 것처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연주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가 생각해도 좀 길었던 것 같다. (웃음) 공연할 때는 그 길이를 좀 유연하게 조절하는 편인데, 관객들이 짧게 하면 빨리 끝났다고 뭐라 하시고 또 길게 하면 길게 한다고 뭐라 하신다. 어디서 끊을지는 우리 마음이다. (웃음)다음 앨범은 올해 가을, 겨울쯤에 나올 것 같다. 그 전에 신윤철의 솔로 EP 앨범이 먼저 나올 것 같다. 총 5곡이 들어가는데, 신윤철이 노래하진 않고 각 곡마다 다른 객원 보컬을 썼다. 작업은 거의 끝난 상태다.
JIFF 스페이스에서 야외 공연을 할 예정이니 편하게 저녁 드시고 오셔서 술 한 잔 하시면서 공연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음악이란 그런 거니까. 하하.
10 아시아 글. 이가온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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