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채명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3일 경제5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정부의 친시장·친기업 정책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업의 물가인상 자제, 투명한 경영 등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기업을 잘 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회동의 의미가 이 한 마디에 모두 담겼다"고 했다. 이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친시장·친기업 기조를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부 정책들에서 혼선과 괜한 오해들이 있었지만, 기조가 바뀐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내놓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공산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재계는 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주장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연금 사회주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4.27 재보선의 패배 이후 참모들과 가진 회의에서 가장 먼저 "경제계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명박 정부의 친시장·친기업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한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은 최대 난제로 떠오른 물가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물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자세가 (기업들에게) 필요하다"며 기업들의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기업이 잘못하면 정부가 바로잡겠다'는 뜻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자율적으로 추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총수들의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내 돈, 네 돈 구분하지 않는 회계문화를 바꾸는 등 경쟁력과 경영투명성이 높아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기업의 투명성 문제도 지적했다.
재계는 "다행스럽지만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계가 우려를 씻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분위기로 봐서는 초과이익공유제 시행이 늦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정말로 하겠다는 건지, 안하겠다는 건지는 파악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한 임원도 "대통령이 좋은 취지의 말을 해준 것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실무부처나 기관들이 대통령의 생각을 실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1년 한두번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나기로 한 것은 가시적인 성과물로 평가된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전경련 회장이 중소기업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반겼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동반성장과 관련해 대·중소기업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오갔으면 한다"며 "중소기업들로부터 적합업종 신청을 받을 계획인데, 다시 한번 대중소기업간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조영주 기자 yjcho@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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