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포르투갈)=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확 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그동안의 정치 스타일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신비주의' 정치마케팅이라고 비판받아왔던 침묵 행보를 버리고 유머와 소통을 화두로 언론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
2박3일간의 네덜란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포르투갈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1일 오후(현지시각) 동행기자단과 호프미팅을 가졌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종일관 소탈한 면모를 과시하며 대화를 주도했다. 특히 이른바 '박근혜식 썰렁유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유머실력을 선보여 대화 중간 중간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우선 "이번에 오시면서 굉장히 고생이 많았다. 비행기가 제대로 뜨지 않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라고 격려한 뒤 "(잠을 못자서) 정신이 맑지 못하면 오보 나는 것 아니예요"라고 농담을 건네 좌중을 폭소케 만들었다. 앞서 일부 기자들은 네덜란드에서 포르투갈로 이동할 때 비행기 연착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숙박을 한 뒤 1일 오전 포르투갈로 넘어왔다. 일부 기자들이 이와 관련해 '기사 내용은 네덜란드 헤이그, 기사 바이라인은 스페인 마드리드, 기사 나갈 때 있는 곳은 포르투갈 리스본'이라고 말하자 "바이라인을 EU라고 쓰면 안되나"라고 반문해 또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아울러 이날 자리에서는 생일을 맞은 기자들에게 "이역만리 타국에서 두 분이나 생일을 맞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격려하며 생일축하 노래도 함께 불렀다. 이어 짧은 소통의 시간이 지난 뒤 다음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예방 등의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나면서도 "(국내로) 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기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의 달라진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방문 마지막날인 4월 30일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불거진 본인의 역할론' 등 민감한 정치현안을 묻는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박 전 대표는 "어제만 해도 일정이 8, 9개 있어서 그거 쭉 하느라고 아무것도 못들었다. 국내 얘기는 나중에 국내에 가서 할 때가 있겠죠"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하는 만큼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내에서 적절한 기회에 입장표명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
앞서 네덜란드 방문 첫날인 29일에는 한국전 참전비 헌화식과 로테르담 항만 시찰 등을 동행기자단 전체가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30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마오리츠하위스 박물관 시찰에 나서 페르미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의 해부학 교실' 등 명화를 기자들과 함께 관람하며 이전보다 폭넓은 스킨십을 과시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의 화훼전시정원이 꾀껀호프 방문에서는 기자들과 함께 정원을 산책한 것은 물론 기념사진 촬영에도 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호프미팅에 앞서 가진 포르투갈 동포간담회에서 "지난 50년간 한·포르투갈 관계 발전은 열심히 산 교민 덕택"이라며 "앞으로 50년이 어떻게 되느냐는 교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격려했다.
리스본(포르투갈)=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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