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만 생산ㆍ판매되는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생산할지 말지 내부적으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베이징 1ㆍ2공장에서 베르나, 아반떼, 쏘나타 등을 생산하는 가운데 일부 차량은 중국식 이름(아반떼→위에둥, NF쏘나타 → 링샹)으로 바꿔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름 교체가 아닌 100% 중국 전용 브랜드를 원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현대차를 비롯한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에 대해 이같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이미 중국 전용 브랜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GM은 중국 내 합작 법인 SAIC와 함께 지난 해 11월 중국 전용 브랜드 '바오준'을 개발,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혼다도 중국 합작법인 광저우 오토모빌 그룹을 통해 '리니안' 소형 차량을 조만간 판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지 생산 확대를 조건으로 중국 정부가 독자 브랜드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해 베이징 3공장 건립 허가를 받아 그해 11월 기공식을 가진 현대차는 그러나 "3공장 허가와 중국 전용 브랜드 생산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현대차가 전용 브랜드를 생산한다면 중국 북경기차와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해 설립한 베이징현대에서 개발ㆍ생산을 주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막대한 자금 투입과 기술 유출을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현대차가 전용 브랜드로 저가 차량을 생산하더라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데다 생산 과정에서 일부 기술이 중국측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허가권을 쥔 중국 정부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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