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오페라스타 2011>(이하 <오페라스타>)은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연상시킨다. 기성가수들이 도전자로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 투표를 거쳐 한 명씩 탈락시킨다는 점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두 편의 프로그램이 공유하는 점이다. <오페라스타>의 제작진 또한 이 점을 프로그램 홍보에 적극 활용하며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오페라스타>의 지향점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는 달라 보인다.
영국 iTV의 < Popstar to Operastar >의 포맷을 사 온 <오페라스타>는 신해철, 김창렬, 문희옥, JK 김동욱, 천상지희 선데이, 주얼리 김은정, 임정희, 테이 등 8명의 가수들이 오페라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다. 남의 노래를 자기 색깔로 재해석해서 불러야 하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미션이 가요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면, <오페라스타>의 미션인 오페라 아리아는 그 경계 너머로 나간다. 대중음악과는 발성과 호흡법부터 판이하게 다른 오페라는 가수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도전이고, 가수들은 오페라에 적합한 호흡과 발성부터 다시 배우는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현장 공개에서, 신해철은 미션곡을 연습하는 동안 호흡 하나하나 멘토 서정학 교수의 지도에 기댔다.
시청자와 오페라 애호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기량이 별 의미가 없는 경쟁이라는 점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예상을 벗어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트로트로 대결하면 그룹 주얼리의 김은정이 데뷔 24년 차의 트로트 가수 문희옥을 이길 수 없겠지만,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인 오페라라면 누구도 승패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가수의 입장에서는 승패의 결과가 가수로서의 실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한결 부담 없이 새로운 도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한다. 김창렬은 “차라리 <오페라스타>처럼 다 같이 처음 도전하는 게 낫다”고 말했고, 신해철 역시 “대중음악이 아니라 오페라로 겨루는 경쟁이라 심적 부담이 상쇄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가수들의 본업과 거리가 있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오페라스타 2011>은 각자의 가창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보다는 스타들이 전문 댄서와 팀을 이뤄 춤을 추는 BBC 서바이벌 프로그램 < Dancing With The Stars >에 더 가깝다.
그러나 오페라라는 소재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 Popstar to Operastar >는 영국 방영 당시 최고 18%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오페라의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에서도 같은 포맷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청자들이 과연 얼마나 객관적으로 가수들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을지도 <오페라스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영국 방영 당시에도 오페라 장르의 대중화라는 명목으로 오페라 넘버가 아닌 ‘Nella Fantasia’나, 영화 <대부> OST를 편곡한 ‘Parla Piu Piano’, 스탠다드 재즈 넘버를 편곡한 ‘Summertime’이 미션곡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중적인 선곡은 오히려 오페라를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결국 한국의 시청자들이 낯설어 하지도, 그렇다고 오페라 애호가들이 등을 돌리지도 않을 만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오페라스타> 제작진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경쟁이라도 하듯 오디션-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신설되는 상황에서 <오페라스타>는 자신만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는 오는 26일 방영하는 프리쇼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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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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