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가 시끄럽다. 1월 19일 멤버 3인이 소속사 DSP 엔터테인먼트 쪽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하면서 불거진 소동은 일본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주요 방송사의 뉴스 정보 프로그램은 카라의 해체설, 불화설을 연일 보도했고, 아사히TV의 <슈퍼 J 채널>은 카메라를 서울까지 보내 카라의 동향을 살폈다. 2010년 일본에서 데뷔해 총 13억 엔의 수익을 올리며 소녀시대와 함께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른 그룹이다 보니 일본 내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다만 국내에선 멤버와 소속사 간 쟁점의 사실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일본에선 분열 소동으로 인한 ‘카라 붐’이 찾아왔다. 젊은 여성에 집중됐던 카라의 인지도가 소동 뉴스로 인한 노출이 잦아지면서 다양한 층까지 확장됐다. 실제로 2010년 11월 24일 발매된 카라의 일본 데뷔 앨범 < GIRL'S TALK >은 소동이 있은 후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 2월 14일과 21일자 오리콘 앨범 주간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카라 주연 드라마 < URAKARA >(국내 tvN 방영 <카라의 이중생활>)도 심야 시간대로는 매우 높은 4% 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역경의 스토리가 만든 친근한 이미지
멤버와 소속사 사이의 트러블은 분명 좋은 뉴스가 아니다. 소동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득이 될 건 없다. 심지어 국내에선 일부의 목소리긴 해도 해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일었다. 하지만 일본에선 역의 반응이 나왔다. “다섯 명이 끝까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일단 멤버의 목소리로 사정을 듣고 싶다”, “꼭 힘내서 극복해주기 바란다. 응원한다”는 내용이 카라 관련 게시글의 주요 내용이다. 한류 관련 상품을 모아 파는 신오오쿠보의 가게는 카라 소동 뉴스가 보도된 후 매출이 1.5배 올랐다고 한다. 그룹이 해체될 지도 모르는데 인기는 연일 상승가다. 한국과 일본. 대체 뭐가 다를까. 카라의 분열소동은 어떻게 카라 인기의 상승 요인이 됐나. 일본에서 카라의 분열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아이돌 역경 극복기에 대한 응원과도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해외 아이돌 스타에 극적인 드라마를 새겨 넣고 문제가 해결돼 멤버가 정상 활동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공감의 여지가 적었던 해외 스타는 함께 할 드라마가 있는 친근한 스타가 됐다.
도쿄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 URAKARA >도 일본이 카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다. 카라의 뒷이야기를 의미하는 제목답게 드라마는 멤버 5인이 각각 한 남자의 사랑을 빼앗아 아시아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다섯 명의 멤버가 돌아가며 각 회의 주인공을 맡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 < URAKARA >는 일본이 카라를 그들의 아이돌로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준비한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본에서 아이돌은 동경의 대상이라기보다 추억의 동반자다. SMAP, 아라시 등 쟈니즈의 그룹들이 장수하는 것도 그들이 팬의 함성과 성원을 고스란히 대중의 추억으로 전하기 때문이다. 쟈니즈의 자회사 제이스톰이 제작하고 아라시 멤버 전원이 함께 출연한 세 편의 영화 <피칸☆치 LIFE IS HARD 하지만 HAPPY> <피칸☆☆치 LIFE IS HARD 그래서 HAPPY> <황색눈물>은 멤버의 성장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다. 그리고 스타에게 닥친 시련은 팬과 스타를 잇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텍스트다. 식도암 치료를 받고 복귀한 쿠와타 케이스케의 새 앨범은 2월 22일 오리콘 데일리차트 1위로 등장했고, 아카니시 진의 탈퇴 이후 발매된 그룹 캇툰의 싱글은 20만장 가깝게 팔리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카라의 두 개의 드라마
물론 부정적인 잡음도 있다. 1월 27일 합의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무색하게 제기된 ‘멤버 1인당 한 달 1만 엔 급료설’에 TV 인터뷰 속 한 팬은 “이제 짜증난다”고 반응했다. ‘카라 사태’가 ‘K-POP 붐에 찬물을 끼얹을 거란 추측’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응원보다 걱정이 많이 가는 드라마에 인내 있게 버텨줄 팬은 많지 않다. 또 무엇보다 행복한 결말이 보이지 않는 드라마에 호응할 팬은 없다. 지금 일본에는 카라의 두 개의 드라마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팬심과 픽션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성공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엔딩이 불명확한 진흙의 현실극이다. 해외 스타로 일본열도에 안착한 카라는 일단 좋든 나쁘든 팬의 마음을 움직일 드라마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두 편의 드라마는 모두 팬의 마음에 해피엔딩을 안길 수 있을까. 다만 확실한 건 시청률로도 재지 못하는 카라의 조금 더 시끄러운 드라마가 현재 일본에선 더 뜨겁다는 거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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