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잠실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빅쇼>가 끝난 세 시간여 뒤, 28일 자정에는 SBS <더 빅뱅쇼>가 방영됐다. <더 빅뱅쇼>는 <빅쇼>처럼 빅뱅의 새 미니앨범에 실린 ‘Hands up’으로 시작했고, ‘Tonight’과 ‘Cafe’ 등 신곡의 무대 구성이 같았으며, 공연처럼 SBS <시크릿 가든>의 패러디 <시크릿 빅뱅>도 나왔다. 그러나 <더 빅뱅쇼>는 ‘Hands up’으로 시작한 뒤 빅뱅의 신곡들을 연이어 공개한 뒤 ‘Tonight’으로 끝났다. <빅쇼>에서 ‘Tonight’은 ‘Hands up’이 나온 뒤 거의 두 시간 뒤에 나왔고, 엔딩은 ‘거짓말’, ‘하루하루’, ‘붉은 노을’ 등 기존 히트곡들이었다. 두 시간 사이에는 멤버들의 솔로, 초기 빅뱅의 노래들, 일본에서의 곡들로 채워졌다.
신곡만 모아도 한 시간짜리 공연이 되고, 다른 곡들로도 그런 공연을 또 할 수 있다. 데뷔 곡 ‘V.I.P’부터 ‘거짓말’, ‘Tonight’은 각각 다르다. 같은 앨범에 있는 곡이라도 ‘Tonight’과 일본에서 발표한 ‘Somebody to love’ 역시 다르다. 태양의 댄스곡 ‘Where u at’과 모던록 스타일의 대성의 신곡 ‘Baby don’t cry’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빅쇼>는 이런 다양한 빅뱅의 음악을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누고, 멤버들의 솔로와 히트곡을 구획마다 몇 곡씩 샘플처럼 제시했다.
일관성 대신 개성으로
빅뱅의 복잡하고 화려한 음악 이력을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승리부터 GD&TOP까지 멤버들의 솔로가 이어질 때는 각자 다른 네 개의 무대를 그대로 붙여놓은 것 같았다. 솔로 무대 중 GD&TOP의 ‘뻑이가요’-‘Oh yeah’-‘High high’에서 관객의 분위기가 들뜬 건 그들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면서 다른 멤버들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 받았고, 덕분에 일관된 분위기의 음악을 계속 선보이며 관객들을 달궜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쇼>는 이 분위기를 잇는 대신 마치 막을 바꾸듯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연을 했다. 이후 공연에서 빅뱅은 2층 관객석으로 올라가 그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는 이벤트였지만, 그 전까지 공연의 분위기가 계속 고조되는 흐름이 있었다면 폭발력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지만 빅뱅은 2층에 올라갈 때 무대의 가장 바깥쪽에 설치된 이동장치를 타고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무대 중앙에 있는 빅뱅의 로고는 앵콜 무대에서 거대한 꽃봉오리처럼 멤버들을 감쌌고, 태양이 솔로 무대에서 부른 단 한곡을 위해 중앙 무대의 바닥에서 문자 그대로 ‘다리’가 솟아오른다. 꽃봉오리가 열리자 승리와 G-드래곤은 말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빅쇼>의 무대는 모든 곡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섬세하게 구성됐다. 대성의 솔로곡 ‘Baby don't cry’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발라드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잔잔한 분위기의 영상이 등장하고, 승리의 ‘어쩌라고’를 리믹스한 부분에서는 승리의 기존 영상들을 몽환적으로 뒤섞는다. 그 사이 공연장에는 무대 중앙은 물론 2층 관객석 앞까지 설치된 조명들이 적색과 녹색 등의 원색으로 공연장을 빛낸다. 노래가 나가는 동안 멤버들은 중앙 무대부터 2층 관객석 앞까지 세 갈래로 나뉘어진 통로를 오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관객과 호흡한다. G-드래곤이 한 쪽에서 특유의 몸놀림을 보여주면 태양은 언제 어느 때나 춤을 추고, 승리는 관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공연의 일관성은 부족하지만 대신 멤버들의 개성과 무대 장치를 이용해 모든 곡에서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은 뛰어났다. <빅쇼>는 빅뱅은 물론 체조 경기장을 구석구석까지 이해해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고, 그만큼 장단점이 뚜렷했다.
아이돌이지만 아이돌이 아닌 길 위에서
이 장단점은 <빅쇼>에서 ‘Tonight’을 비롯한 앨범의 신곡 무대가 오히려 아쉬웠던 이유다. 무대 전체를 사용하는 다른 무대들과 달리, 신곡들은 방송에서 보여줄 무대 구성에 충실했다. <더 빅뱅쇼>에서는 노천카페 콘셉트로 구성한 ‘Cafe’의 무대 위 멤버들 각각의 움직임이나 ‘Tonight’의 안무에서 보여주는 태양의 독특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빅쇼>에서는 스탠딩 앞좌석이 아니라면 전체적인 그림이나 멤버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저음이 너무 무겁게 울리고, 전체적으로도 울림이 심한 공연장의 사운드는 ‘Tonight’처럼 사운드 각각의 디테일이 들려야 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곡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태양의 독특한 음색이 가장 중요한 ‘안녕이란 말의 슬픈 의미...’ 부분에서 사운드 문제로 태양의 목소리가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 이런 소리들 역시 <더 빅뱅쇼>에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Tonight’의 무대가 준 아쉬움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관점에서 보면 ‘Tonight’의 무대는 아이돌그룹이 보여줘야 할 요소들이 모두 있다. 멤버들이 한 명씩 뚜렷하게 부각되고, 함께 추는 춤도 있다. 그러나, 빅뱅은 체조 경기장을 3회 연속 매진시킬 수 있고, 세 시간 가까운 공연에 그룹의 음악들을 다 선보이지 못할 만큼 거대해졌다. ‘Tonight’은 그런 규모에 걸맞는 큰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로 시작되고, 클라이맥스가 몇 번씩 이어지면서 갈수록 스케일이 커진다. 그만큼 ‘Tonight’은 기존 한국 아이돌 그룹의 지향점과는 다른 길 위에 있다. 반면 ‘Tonight’의 무대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때론 팬을 위해 <시크릿 빅뱅> 같은 패러디를 찍을 수도 있는 빅뱅이 아이돌그룹의 특성을 유지하는 건 장점이다. 그러나 ‘Tonight’은 아이돌 그룹이 대중에게 전달해야할 것들과 멤버들의 개성을 한 곡 안에 통합하면서 한국 주류 대중음악 시장에서 좀 더 다른 스타일을 제시했다. 빅뱅의 공연도 ‘Tonight’처럼 그 황금비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멤버들의 역량은 갈수록 좋아지고, 팀은 여전히 정상이며, 공연에 투입되는 물량은 점점 더 많아진다. 이 모든 걸 가진 팀이라면, 좀 더 거대한 공연을 만드는데 도전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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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강명석 two@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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