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녹색, 파란색, 흰색 등 3색 명함 사용...공식 칼라는 녹색..."수도권 유일 야당 단체장 취임 후 겪는 설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시 공무원 중엔 요즘 명함을 파란색, 녹색, 흰색 등 세가지 종류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 공식 명함 색깔은 녹색이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지난해 6ㆍ2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취임하면서 민주당의 상직색인 녹색이 명함의 공식 컬러로 지정됐다.
송 시장을 비롯한 고위직·정무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 녹색 명함만 사용한다.
하지만 나머지 다른 공무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녹색 명함은 시청 내부에서 자기들 끼리 주고받거나 윗사람들에게 건넬 때, 또는 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날 때나 쓰일 뿐이다.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파란색 명함도 함께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명함은 정부 부처나 여당 관계자들을 만날 때 사용된다. 특히 예산 확보나 법률 개정, 정책 개선을 위해 정부 부처나 여당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관련 부서 공무원들에겐 필수품이다.
가뜩이나 인천의 지역구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녹색보다는 파란색 명함의 소모량이 훨씬 많다.
이들이 녹색 명함 대신 파란색 명함을 쓰게 된 것은 몇몇 공무원들이 송 시장 취임 초기 공식 명함 컬러가 녹색으로 바뀐 후 멋도 모르고 그대로 녹색 명함을 정부ㆍ여당 관계자에게 건넸다가 "당신 민주당 사람이냐"는 핀잔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한편 흰색 명함은 일반 민원인들에게 주로 쓴다. 민원인의 성향에 따라 파란색ㆍ녹색 명함을 들이밀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모르니, 차라리 흰색 명함으로 '정치색깔' 시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시의 한 공무원은 "아쉬운 것이 많아서 부탁하러 간 처지에 명함 색깔로 밉보일 이유가 없지 않냐"며 "정부ㆍ여당과 야당을 만날 때 들이미는 명함 색깔까지 고민해야 하는 우리 처지가 참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인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도권 유일의 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취임한 후 중앙 정부ㆍ여당과 야당 사이에 낀 공무원들이 제일 먼저 그 후폭풍을 맞고 있다"며 "명함을 따로 또 만드는 것도 다 시민 혈세일 텐데, 일선 행정을 보고 있는 공무원들은 정치권간의 기세 싸움에서 좀 자유로워 졌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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