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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정위와 맞선 변호사 "전두환·노태우 재판도 공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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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물타기를 한다. 내가 참고인측 대리인이 아니었다?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변호사 아닌 그 누구라도 재판을 볼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공정위와 맞선 변호사 "전두환·노태우 재판도 공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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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오후. 오영중 변호사(42)의 목소리가 무겁게 깔렸다. 지난해 12월 16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라서다. 우유가격 담합사건 심리가 있었던 그날,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대리인으로 심판정에 간 오 변호사는 강제로 끌려나왔다. 팔을 붙드는 공정위 직원들에게 그는 "방청석 자리가 부족하고, 사전에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아서"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변호사 신분증까지 내밀었다. 저항하고 소리쳤지만 당하지 못했다. 재판정에서 그런 일을 벌어지다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을 때엔 방청객이 몰리자 번호표를 나눠주면서까지 볼 수 있게 해줬다. 재판정에서 사전신청을 받는다? 헌법을 무시하는 말도 안되는 얘기다. 전원회의를 사실상 비공개로 운영하는 건 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보호하면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오 변호사는 자의적인 해석 여지를 둔 공정거래법 43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곧 권리 침해에 따른 국가배상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오 변호사의 휴대폰에는 동료 변호사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같은 날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공정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 의사를 밝혔다.


"전원회의 심판정에 들어가면 공정위 위원들은 교장, 변호사나 참고인들은 꾸중듣는 학생 같다. 로펌들이 공정위와 맞서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그럴 것이다. 이참에 공정위의 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법조계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로 활동 중인 오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이날 오후 이뤄졌다. 공정위와 오 변호사, 양측의 입장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질문은 공정위 측 해명자료에서 간추렸다.


◆'강제로 끌어낸 적 없다. 팔을 잡은 건 소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데.


"당시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과 방청석에 함께 앉아 참고인 진술을 준비 중이었다. 갑자기 사전 방청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위 직원이 팔을 붙들어 일으켜세웠다. 못 나간다고 버텼지만 공정위 심판관리관실 과장이 강제로 끌어냈다. 현장에 사람이 많았다. 증인은 얼마든지 있다."


◆'오 변호사가 대리한 협회장은 참고인이 아닌 참관인이었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협회는 담합 혐의를 받고 있던 우유 제조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축산농가들의 모임으로 중요한 참고인이었다. 협회는 당시 4개월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전국 낙농가를 회원으로 둔 조직이어서 많은 정보가 있었다. 공정위가 협회 직원들을 모두 불러 교육까지 시켰다."


◆'협회장이 참관인이었으니 오 변호사도 참고인측 대리인 자격이 없었다'는데.


"공정위가 물타기를 하고 있다. 협회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사건 참고인이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받는 건 마땅한 일이지만 나는 현장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이건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참고인이든 아니든, 내가 변호사이든 아니든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모든 재판을 볼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누구라도 공정위 심판정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에 심리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위법이다. 경제검찰 공정위가 관행적으로 법을 어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사업자 비밀 보호와 협소한 방청석 문제로 불가피하게 방청을 제한했다'는데.


"헌법 109조는 '공개재판 원리'를 명시하고 있다. 공개하지 않으려면 타당한 사유를 대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 날 공정위 직원들에게 '전원회의는 원래 비공개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공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공정위는 '사전에 방청을 신청하지 않아 자리가 없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법원의 재판과 같은 전원회의를 사실상 사전방청허가제로 운영해왔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법을 어겨 심판정에 선 기업들의 비밀을 보호하는 대신 헌법과 국민들의 알 권리를 희생시켰다. 공정위에 출입하는 기자들, 당신들은 그 심판정에 들어가본 일이 있나."


◆'그 날 이후 공정위와 대화를 나눴다'는데.


"1월 초였던가? 공정위 김은미 심판관리관과 대변인실 관계자 등 세 명이 찾아와 사과를 했다. 현재의 전원회의 운영 방식이 잘못된 것도 인정한다고 했다. 신속한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공정위 제도 개선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받아들였다. 그런데 1월 26일에 열린 전원회의에서 또다시 퇴정을 시켰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입막음을 위한 허위 사과였음을 알게 됐다. 이건 아니다 싶더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이미 지난 13일 헌법소원을 냈다. 공정거래법 43조 1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공정위 심리와 의결은 공개하지만 사업자나 사업자 단체의 사업상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비밀의 범위가 무엇인지, 누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일시 퇴정인지 아닌지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기업의 가격담합이 있었다고 치자. 이 사실 자체가 기업에겐 사업상 비밀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국민들이 모르면 법을 어긴 기업을 보호하자고 전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꼴이 된다. 사회 정의에도, 법리상으로도 맞지 않는다. 헌법소원과 별개로 변호사 활동을 제한한 데 따른 국가배상도 청구할 것이다. 아무리 강한 권력 앞에 서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 표명도 고려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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