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부르고, 장기하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열창한다. FT아일랜드가 연주하는 ‘한동안 뜸했었지’에 맞춰 인순이와 전영록이 함께 노래한다. MBC <놀러와>의 ‘세시봉 친구들’ 특집이 뜨거운 호응을 불러 일으킨 후, 7080 코드는 방송가의 트렌드가 되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KBS <콘서트 7080>을 연출한 허주영 PD는 7080 열풍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IPTV, 인터넷 다시보기 등의 등장으로 젊은 시청자층이 TV 앞을 이탈하면서 전통적인 TV 시청자층 연령대가 상승한 것이 자연스레 편성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추억을 넘어 동시대성을 갖기까지
그러나 지금까지의 7080 코드가 당대를 풍미한 연예인 그룹 안에서만 소비되었다면, 지금의 7080 열풍은 보다 젊은 연예인들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하늘과 김수미는 <놀러와>를 통해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고,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만지다’ 코너를 통해 아이유나 이적, 장기하와 같은 젊은 가수의 목소리로 예전 가요들을 들려준다. SBS <밤이면 밤마다>는 이덕화와 서인영을 마주 앉혀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MBC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류시원, 김희철 등의 젊은 MC들이 이영하, 노주현과 같은 스타들의 전설적인 과거를 경청한다.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성치경 PD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장년층 시청자들도 오늘날의 방송 트렌드나 속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공감대를 가진 동년배의 연예인들이 출연한다고 해도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된 포맷이 아니면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MBC <음악여행 라라라>를 연출한 이흥우 PD는 7080 열풍이 세시봉 때문에 갑자기 일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라이브 프로그램들은 예전부터 꾸준히 해 오던 작업이라고 말한다. 라이브 프로는 가요 순위 프로와의 차별화를 위해 색다른 편곡이나 팝송 무대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후배 가수들도 자연스레 예전 가요를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사가 살아있고 멜로디가 자연스러운 노래들을 찾다 보면 결국 예전 가요들을 선택하게 된다”고 귀띔한 이흥우 PD는 “젊은 뮤지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과거 한국 음악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다. 산울림이나 신중현, 이문세와 같은 뮤지션들이 지금의 후배들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덧붙였다.
선배의 귀환과 후배의 재해석
7080 열풍은 이제 비단 7, 80년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90년대에 1, 20대를 보낸 시청자들이 3, 40대에 접어 들면서 90년대 스타들 또한 돌아와 추억을 회고하고 새롭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하수빈에 이어, 올 4월에는 8, 90년대 댄스음악의 여제 김완선이 6년 만에 새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다. 위로는 세시봉부터 아래로는 하수빈까지, 선배들의 귀환과 후배들의 재해석은 방송이 커버하는 시간대의 폭을 점점 넓히고 있다. “이런 작업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세대 간의 이해도 늘어날 것이다. 1회성 붐으로 소비되긴 아깝다”는 이흥우 PD의 말처럼, 지금 7080 열풍은 단순한 추억 장사를 넘어 당시의 콘텐츠를 오늘날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의 스타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더 젊어진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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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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