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처리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당정협의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계정 설치를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고 한나라당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발등의 불이다. 예보 공동계정안은 정부가 막다른 상황에서 내놓은 편법이자 임기응변이라 할 수 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6개 금융기관이 별도로 쌓아 놓은 기금을 통합해 모은 돈으로 저축은행 부실처리에 충당하겠다는 게 공동계정의 발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축은행이 쌓아 놓은 기금을 그동안의 부실처리 과정에서 모두 까먹은 때문이다. 오히려 저축은행 계정은 3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쌓여 있는 상태다.
저축은행 부실 처리에는 최소 5조~6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금인출 사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자체 기금은 바닥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공동계정 발상이다.
유탄을 맞게 된 은행 등은 당연히 반발했지만 정부는 개별 계정의 절반만을 빼내 공동계정을 설치하자는 중재안으로 동의를 이끌어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금융권 구조조정은 금융권이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경영을 다른 금융기관이 뒤집어쓰도록 하는 것인 만큼 궁색한 논리다.
저축은행 부실화 과정을 돌아보면 예보기금이 아니라 공적기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정도다. 2006년 8월 정부가 저축은행의 대출 규제를 크게 풀어준 것이 출발점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부실은 급팽창했다. 부동산 침체 속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몰두하는 저축은행의 부실화는 불 보듯 뻔했지만 금융당국은 제대로 손쓰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실패가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이 공적자금이 아닌 예보의 기금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정책대응의 잘못으로 국민 세금을 동원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 보려는 편의적 발상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저축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부실은 정부가 결국 구제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온 금융당국의 정책실패가 그것이다. 분명하게 규명하고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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