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강화하고 민간부문 덩치 키워 글로벌 IB 기반 다지기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의 한국 금융산업 재편은 성공할 것인가?
설 연휴 직후 터져 나온 김 위원장의 구상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의 머릿속 그림이 무엇인지 가늠해 본다.
김 위원장의 비전은 '정책금융을 강화하고 민간 부문에서도 덩치 큰 투자은행(IB)이 나와야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금융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기능 강화= 김 위원장이 제시한 청사진의 핵심은 우선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무역보험공사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의 재편을 통한 대형화 및 기능 강화다.
일차적으로 정책금융의 규제를 완화해 현재 제한돼 있는 지분투자나 인수ㆍ합병(M&A) 참여 등이 가능하도록 풀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신ㆍ보증 등 단순한 금융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진정한 IB가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나아가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투자 등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힘을 모아 함께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상시 협의회 같은 조직을 짜 유기적으로 협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4개 기관이 역할을 나눠 산업은행은 자문을 맡고 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5000억원씩 자금을 대고 무역보험공사는 신용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제공하는 식이다.
각 기관별로 나눠져 있는 정책금융 기능을 한데 모아 단일 기구를 세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관별로 주무 부처가 다른 데다 단일 기구 설립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금융위 소관이지만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각각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다.
◇민간부문 덩치 키우기= 민간 부문에서는 무엇보다 덩치 키우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IB가 나와야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 증권사 간 M&A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를 더해 총 48개로 난립해 있다. 이 중 총자본이 가장 많은 대우증권도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2조8130억원에 불과하다. 외국의 유수 IB인 미국 골드만삭스나 일본 노무라증권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증권사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라는 것이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결합이다. 대우증권은 정부가 주인인 산은금융지주 소속이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질 경우 자본이 5조3801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국제무대 위상 제고= 이처럼 공공과 민간에서 동시에 받쳐줄 때 국제 무대에서 한국 기업 및 금융산업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믿음이다. 그간 원전 수주 등 해외 대규모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은 것도 다 금융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할 당시에도 수출입은행의 자금 조달 능력이 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결국 수출입은행이 이례적으로 93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우리나라가 원전 수주에 성공하긴 했지만 최근 이를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거액의 자금을 UAE에 지원한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지난해 터키 원전 수주에서도 금융지원 조건이 일본에 밀려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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