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살처분 300만마리 돌파, 연휴기간 ‘국립축산원’도 뚫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방역당국이 고비로 언급했던 설 연휴기간에도 구제역 확산이 멈추지 않았다. 매몰대상 가축수는 316만마리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돼지는 300만마리가 넘게 살처분돼 전국에 사육되고 있는 돼지 30%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3일과 5일에는 경북 울진과 경산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연휴기간 전국에서 3건의 구제역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가축 종자 개량의 심장부인 충남 천안의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축산과학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가축들은 일찌감치 1·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라 방역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젖소 350여마리, 돼지 1650여마리 등의 가축 유전자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구제역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뒤부터는 중요시설로 분류, 외부인은 물론 내부인의 출입도 통제했다.
구제역 예방백신도 발빠르게 이뤄졌다. 지난달 4일 1차 예방백신에 이어 28일에는 2차 접종도 마쳤다. 하지만 게릴라식으로 확산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지 못했다. 물론 예방접종이 마무리된 상태로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 13마리에 대해서만 살처분이 이뤄졌지만 보급 활동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현 방역 시스템보다 구제역 바이러스 활동이 둔해지는 봄을 기다리는게 낫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방역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확산세를 좀처럼 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제역 발생 72일째를 맞는 7일 오전 현재 매몰처리된 가축은 총 316만4452에 달한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1일 매몰대상 가축수가 299만9640마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닷새동안 17만여마리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살처분된 돼지는 300만6283마리에 달한다. 이는 전국에 사육되고 있는 돼지 990만여마리의 30%로 전국 돼지 3마리당 1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방역당국은 유난히 길었던 이번 연휴기간의 방역활동이 생각보다 잘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의심증상 조기 발견을 위해 농가별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발빠른 신고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연휴에도 2만3000여명의 공무원을 현장에 투입해 살처분과 백신접종 그리고 차단방역을 벌였다. 비발생 지역에도 귀성객 차량의 소독을 실시했으며 공항과 항만, 철도역 그리고 시내·외 버스터미널에는 발판소독조를 설치해 운영했다. 지난 2일부터는 가축분뇨차량과 톱밥운반차량의 농장출입도 통제했다. 구제역 잠복기가 2일에서 길게는 8일이나 되는 것을 감안해 이번 연휴기간의 확산세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중대본 관계자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았던 지난 5일간 구제역 발생건수가 예상보다 적었지만 잠복기를 고려한다면 이번주와 다음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 시기를 늦춰달라는 공문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발송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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