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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살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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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비리 근원은?

그들이 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살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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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 서구 백석동에 위치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악취와 먼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수도권 매립지에서 유명한 '악취'는 또 하나 있다. 쓰레기 매립을 둘러 싸고 발생하는 '비리'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적 조차 드물고 황폐해 도무지 '먹을 것'이라고는 찾아 보지 못할 것 같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비리가 잦은 걸까?

▲ 수도권매립지는 어떤 곳?


수도권매립지는 1980년대 까지 서울의 쓰레기를 묻어왔던 난지도 쓰레기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대안으로 마련된 곳이다. 1980년 간척이 시작돼 1992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의 쓰레기를 묻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3개 시도가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을 설립해 운영했지만 2000년 관련 법률 제정에 따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되면서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매립지의 크기는 여의도의 7.5배에 달하는 총 1979만㎡에 달한다. 하루 처리되는 쓰레기량만 460만t에 달한다. 총 4개의 매립장이 있으며 현재 제1매립장의 매립이 완료돼 골프장으로 조성돼 있으며, 제2매립장에서 쓰레기 매립이 진행 중이다. 오는 2016년 매립 면허 기간이 완료되지만 2044년까지는 수도권의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면적이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매캐한 가스는 저기압때면 낮게 깔려 사방으로 번져 인근 5km 안팎에 퍼진다. 매립지로 들어가는 하루 수천대 분량의 쓰레기 운반 차량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냄새,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인근 주민들이나 수도권매립지 직원들은 아예 냄새에 익숙해져 있어 큰 신경도 안 쓰지만, 처음 수도권매립지를 가보는 사람들은 특히 흐린 날씨에 방문할 경우 그 냄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가끔은 수도권매립지 옆 인천공항으로 가는 관문인 영종대교를 통과하는 차량에서까지 냄새가 날 때도 있다.


▲ 끊이지 않는 비리


이처럼 사람이 살 수 조차 힘들 것 같은 황량한 쓰레기 매립지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살고 그들이 저지르는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인천경찰청이 주민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인근 주민들의 대표격인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의 위원장 등 18명을 무더기로 입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2004~2010년까지 매년 공사가 준 돈으로 해외 여행을 가면서 여행사와 짜고 과다 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40여 차례에 걸쳐 3억48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선물 구입비ㆍ유흥비ㆍ마사지비 등으로 펑펑 써오다 이번에 적발됐다.


이들 중엔 공사가 마을회관을 지으라고 준 돈 1억1000만원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간 큰' 사람도 있었다.


특히 문제는 매번 비리가 반복되면서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엔 매립이 금지된 불법 폐기물 반입을 눈감아 준 대가로 주민감시원들이 2년간 6억 여원을 받아 챙긴 사건이 있었다. "매립지 주민감시원들이 2년만 일하면 집 한 채 산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사건이었다.


이처럼 지난 1992년 매립지가 생긴 후 거의 매년 수도권 매립지 주변에선 쓰레기 매립과 관련한 불법ㆍ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 '먹을 것' 많은 곳에 파리가 꼬인다


그런데, 도대체 왜 수도권 매립지에서 불법 비리가 끊이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우선 수도권 매립지 인근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막대한 지원 때문이다. 수도권 매립지 관련 법은 쓰레기 매립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반경 4km 이내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매년 쓰레기 반입 수수료의 10%를 떼내 지원해 주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인근 인천시 서구 오류ㆍ왕길ㆍ경서동과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등 4곳에 거주하는 1만 6000여명의 지원들에게 연간 100억원 가량의 주민지원금이 주어진다.


한때는 현금이 직접 지원되기도 했지만 하도 말썽이 심해 요즘엔 주민지원협의체를 결성해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하도록 변경된 상태다.


이를 활용해 현재 주민지원협의체는 800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주민들을 위한 복지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노인요양시설, 부녀 복지 시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ㆍ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 내년 초 공사가 시작된다.


주민지원협의체는 인근 마을의 통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시ㆍ구의원 등 주민자치 지도자 2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때문에 이 곳의 주민자치 지도자 선출은 다른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 해마다 100억원이나 되는 돈의 사용처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에다 해외여행도 매년 보내 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에겐 장학금 혜택도 엄청나다. 수도권매립지 관련 기관들이 조성한 '드림파크 장학회'를 통해 매년 40~50명의 자녀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또 일자리도 다양하게 지원된다. 공사가 추진하는 1000만 그루 나무심기에 일용인부는 무조건 인근 지역 주민 우선 채용이다. 비리로 말썽이 잦은 주민감시원 자리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 2009년 비리 적발로 공개 채용으로 바뀌었지만, 이전만 하더라도 주민지원협의체 추천으로 뽑히면서 채용 비리가 매년 발생했다.


2년 임기에 15명이 뽑혀 월 200만원을 받으며 쓰레기 매립 과정만 감시하는 편한 자리인데다, 불법 쓰레기 매립을 눈감아주고 폐기물 업체로부터 받는 돈이 쏠쏠해 "2년만 하면 집 한 채 장만한다"는 말이 나도는 등 서로 하려고 난리였다.


업체 입장에선 불법 쓰레기를 별도의 비용을 주고 처리하는 것 보다 그냥 묻으면서 주민감시원에게 몇 푼 찔러 주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주민감시원들과 폐기물처리업체들이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상생 관계를 이어온 이유였다.


이처럼 그들이 그렇게 악취와 먼지가 심한 쓰레기 매립지 옆에서 참고 살고 있었던 것은 다 그만한 까닭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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