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국장 차교수 "북 도발은 햇볕정책 회귀 요구"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前)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국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 의회에서 미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에서 미국은 단지 FTA의 장점만 보고 이를 승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으며 FTA 이면에는 전략적 동맹관계에 대한 고려가 내포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연에서 “지금까지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나프타가 의회에서 승인이 된 것은 그 이유가 단지 무역협정으로의 장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며 “전략적인 협의에 그 비중이 더 컸고 미국과 나프타 회원국들과 전략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중요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아이러니하게도 한미FTA체결에 대해서는 북한에 고마움을 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전략이 FTA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차 교수는 “3주전에 동남아시아에 방문을 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문제보다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여부였다”며 “이는 미국에서 두번째 큰 FTA가 될 이번 협정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북관계에 대해 차 교수는 "북한이 무력도발하는 가장 큰 동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크게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현재 대북정책을 포기하도록 하면서 지난 10년간 정책으로 복귀하기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 10년간 북한은 이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조건부 호혜주의를 채택해 조건 없는 지원을 하지 않자 지난 1년여간 공격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또 북한이 김정일의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에게 혁명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 강력한 지도자의 신화를 창조하려고 한국을 공격하게 된 원인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북한이 도발하는 가장 걱정되는 가설은 북한이 자신을 핵을 보유한 강국으로 착각하고 도발에 대해 미국이나 한국이 보복할 수 없다고 믿는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북한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향후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 체제와 관련, 차 교수는 "이데올로기, 개혁, 세대적 딜레마 때문에 젊은 북한 지도자가 실질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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