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시계아이콘02분 4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제주항공
AD

국내에 다문화가족 20만명 시대가 머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은 현재 17만명에 육박한다. 중국 조선족과 한족 외에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이 가장 많고, 특히 결혼을 위해 이주한 여성으로 생겨난 다문화가족이 대다수다.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의 환상을 안고 한국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수십만의 다문화가족. 생소한 언어와 판이한 문화, 경제적 궁핍 속에서 저마다의 가정을 꾸리고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꿋꿋이 살아가면서도 늘 고향을 방문하는 꿈을 꾸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제주항공과 여성가족부 위탁 기관(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이 손을 잡았다. 제주항공의 마닐라ㆍ세부 등 필리핀 2개 노선 신규 취항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된 다문화가족 고향 방문 지원 프로그램. 그 감동적인 현장을 본지 기자가 이틀 동안 함께 했다.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차로 4시간여 떨어진, 델마 C. 베게라 씨 부모님이 살고 있는 친정집의 모습. 오래된 고목나무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한 가건물에서 델마 씨의 친정어머니와 아버지, 막내 동생이 생활을 하고 있다. 6년 만에 고향에 온 델마 씨를 보러 인근 마을에 모여 사는 형제자매와 사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너머로 델마 씨가 남편 송진웅 씨와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 선물한 현대자동차 승합차가 보인다.

치매母 "넌 누구냐?" 한마디에 눈물 왈칵.."가족 있어 그래도 웃죠"
제주항공 필리핀 취항 기념 다문화가족 고향 방문 지원
남편ㆍ두딸과 함께 찾은 고향 한자리 모여 가족의 情 나눠


[마닐라(필리핀)=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24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로 첫 취항을 앞둔 제주항공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얼굴을 마주한 델마 C. 베게라(33) 씨 가족은 기자가 밤낮으로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제주항공의 도움으로 6년 만에 겨우 친정집에 가게 된 델마 씨의 가족을 처음 만나면 어떤 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지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그들의 티 없이 순수하면서도 지나치게(?) 해맑은 표정은 편한 마음을 안고 동행 취재 길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이자 남모를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끈끈한 정이 됐다.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델마 C. 베게라 씨 친정집

◆어느덧 10년 "고향 그리는 사이, 제주도 사람 다 됐어요"=필리핀 출신 델마 씨는 제주도에 산 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 2001년 말, 18살 많은 남편 송진웅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딸(송유경ㆍ송유진)을 뒀다. 남편은 생활 가전 수리공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영어 강사와 펜션 청소를 하면서 벌이를 하는 델마 씨는 이번 친정 방문을 위해 펜션 일을 포기했다. 한국에 사는 동안 고향에 딱 한 번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부모님을 꼭 뵙고 싶어서였다.


걸어서 5분 거리에는 필리핀 말로 향수를 나눌 수 있는 이웃사촌이 많이 생겼지만, 화상 통화로 부모님 얼굴을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비싼 비행기 삯으로 엄두를 못 낸 고향을 드디어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델마 씨는 지난 고된 삶이 잊히는 듯 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2학년 맏딸 유경은 남편 송 씨를, 올해 7세인 막내 유진은 델마 씨를 빼닮았다. 마치 해외여행을 가는 양 들뜬 아이들은 비행기 창가 자리다툼을 하고 기자의 스마트 폰이 궁금한 어린 철부지였지만 서투른 엄마의 한국말을 되잡아주는 속 깊은 마음과 순수한 눈망울을 지녔다. 이륙 후 4시간여가 지나고 드디어 필리핀 야경이 드러나자 유경은 "마이너스 한 시간의 나라다"며 엄마의 고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나타냈다.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나무 기둥이 델마 C. 베게라 씨 집 지붕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한 모습. 기둥 너머로 치매를 앓아 딸을 알아보지 못한 친정어머니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넌 누구냐" 한 마디에 참았던 눈물 '펑펑'=밝은 분위기는 델마 씨가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반전됐다. 마닐라 시내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 위치한 델마 씨 친정집은 6년 전 그대로였지만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다. 밤새 달려 동틀 무렵 도착한 집에서 델마 씨를 반갑게 맞은 건 그녀와 꼭 닮은 막내 동생 뿐.


깡마른 체격의 친정어머니는 델마 씨를 보고선 "너는 누구냐"며 초점 없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만을 보냈다. 첫 만남부터 줄곧 환한 미소가 가득했던 델마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6년 만에 재회한 엄마는 치매를 앓고 있어 끝내 딸을 알아보지 못 했다. 무의식 중 모성애가 남아선지 딸의 곁을 맴돌 뿐이었다.


올해 78세인 친정아버지는 청각 장애가 있는데 최근 폐가 나빠지면서 거동이 힘겨울 정도로 쇠약했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하루에 한 두 차례 겨우 일어나 약만 복용한다. 노쇠한 부모님과의 감격에 겨운 뜨거운 포옹은 볼 수 없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델마 씨는 "너무 슬프다. 속상하다"를 반복해 뱉었다.


이내 슬픔을 뒤로 하고 델마 씨 형제자매는 한자리에 모여 밀린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때론 한바탕 웃고, 때론 함께 눈물지으며 따뜻한 가족애를 나눴다. 남편 송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내 고향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으로 시집 올 당시 저당 잡혔던 논을 꼭 되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동행취재]'필리핀댁' 델마와 함께 1박2일 친정나들이 델마 C. 베게라 씨 친정집


◆"가정 파탄 위기도 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이 오네요"=화목한 델마 씨 가족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다름 아닌 '언어의 장벽' 때문이었다. 10여년 전 한국에 온 델마 씨는 한국어를 배울 만한 여건이 안 됐다. 델마 씨는 "당시에는 국제 결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 시스템이 없었고 남편과의 대화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두 딸이 자라면서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됐고 델마 씨는 '죽기 아니면 살기' 각오로 한국말을 배웠다고 한다. 델마 씨와 같은 결혼 이민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언어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꼽는다는 일반적 통계가 피부로 와 닿았다.


델마 씨 가족은 지난 6년 동안 고향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매번 서류 심사에서 탈락해 눈물로 아쉬움을 달랬던 델마 씨.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감동은 배가 됐다.


남편 송 씨는 "필리핀에 들고 온 짐꾸러미에는 오래 전부터 마련했던 선물 중 포장지가 빛바랜 것도 있다"며 "뜻하지 않은 이번 기회가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앞으로 1년 동안 델마 씨와 같은 다문화가족을 매달 선정해 필리핀행 왕복 항공권 등을 지원한다.




마닐라(필리핀)=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