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태호의 선택, 박지원의 훈수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김태호의 선택, 박지원의 훈수
AD

[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 민주당 비대위 박지원 대표는 몇년 전 서울농대 출신 지인으로부터 김태호 경남지사를 소개받았다. 서로 배짱이 맞았는지 곧 ‘형님·동생’ 사이가 됐다.


박 대표가 보기에 김 지사는 ‘큰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야망의 사나이였다. 과연 그는 지사직 3선을 포기하고 불출마를 선언한다.

그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뜻을 열어보였고,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과의 교분도 착실히 쌓아나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은 여권의 참패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집무실에서 개표상황을 티브이로 지켜보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MB는 그 후 측근들에게 “왜 우리에겐 안희정, 이광재가 없느냐”고 탄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거치며 가장 뼈아프게 생각한 대목이 바로 ‘젊고 패기있는 차세대 주자’였음을 시사하는 일화다.


이런 맥락에서 농고와 농대를 나온 젊은 도백은 집권 후반기를 산뜻하게 출발하려는 MB에게 최상의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를 두루 고려한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까지 나왔을까.


‘소장수 아들로 태어나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대한민국에 감사드린다’는 그의 일성은 보수주의자들의 구미에도 딱 맞는 레토릭이다.


# 바로 이 시기 어느 날, 박지원 대표는 김 전 지사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잘못 끼어들면 박 모 전의원처럼 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하라”


정치적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파워게임’은 커녕 그 근처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스폰서’ 의혹,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불투명한 금전 거래와 재산관리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마저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의 낙마의 직접적 원인은 계속된 말바꾸기에 따른 신뢰상실이다.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날마다 말을 바꿨고, 급기야 청문회 답변보다 이른 2006년 2월에 박 전 사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고 말았다.


그의 친 서민 이미지의 굴절도 여론의 민감한 심층을 건드렸다. 그는 “서울 출장 때 하루 97만원짜리 고급호텔에도 머물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다 계란프라이를 태운 ‘안타까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던 그는 이 한 마디로 그간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무너뜨렸다. 같은 연배에다, 같은 ‘박연차 건’ 등으로 직무가 정지 돼 춘천의 ‘찜질방’을 전전했던 이광재 강원지사와 극적으로 비교됐던 것이다.


‘누구는 관사에도 못 들어가는데, 누구는 총리가 된다는 것이냐’는 국민감정은 천만표의 위력을 갖는다. 생각해 보면 지금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른바 ‘공정사회’의 원칙이기도 하다.


# 박지원 대표는 29일 김태호 후보자의 사의 표명 직후, “이런 결정이 안 나왔다면 오후 2시에 하려던 기자간담회에서 더 큰 의혹을 제기하려 했다”고 귀뜸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사퇴를) 결정할테니 그 이상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가 전해지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청문회 직전 ‘형님, 잘 부탁한다’는 전화가 걸려 와 ‘청문회를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혼 좀 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땐 나도 사태가 여기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다”고 씁쓸히 돌아봤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은 관계였던 만큼 다시 형님 동생 사이로 돌아가 언젠가 한 번 만나 회포를 풀 것”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 젊으니까 많은 기회가 있을테니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김 후보자 스스로 말했듯 국민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해 줄 것”이라고 벌써 ‘형님입장’으로 돌아갔다.


비감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심정으로 청문회를 이끌어 결국 그의 사퇴를 관철시킨 박 대표는 “정치인은 ‘퇴수일기’(退修日記)를 잘 써야한다”며 또 한번의 ‘훈수’를 뒀다.




광남일보 국장 dw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