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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일본의 자신감, 어디서 생겼나

일본 카메룬 1-0 꺾어…원정 첫승";$txt="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이 카메룬과 남아공월드컵경기에서 첫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size="500,317,0";$no="2010061511335930794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일본이 달라졌다. 더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14일 카메룬을 1-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월드컵 원정 승을 챙기며 사기는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아졌다. 다음 상대는 ‘우승후보’ 네덜란드. 선수들은 걱정이 없다. 오히려 이길 수 있다며 호언장담이다. 무모한 자신감이라는 세계 언론들의 지적.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고조된 팀 분위기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4년 전 독일에서 배운 교훈

4년 전 일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2006 독일월드컵.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1무 2패. 참담한 분위기는 호주와의 첫 경기부터 감지됐다. 1-3 역전패. 크로아티아전에서 고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지만, 마지막 브라질전에서 다시 1-4로 대패했다.


일본 언론은 침몰 원인으로 자유를 앞세운 지코 감독의 전술 실패와 선수들 간의 단결력 부족을 꼽았다. 특히 선수들의 정신력을 야구와 자주 비교했다. 그 잣대는 그 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을 이끈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같은 선수의 부재였다. 이치로는 평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대회에서 태도를 바꿔 맨 앞줄에서 선수단을 이끌며 우승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독일대회에서 이러한 역할은 나카다 히데토시가 맡았다. 그 스스로가 자청했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멤버들과 물과 기름처럼 갈라졌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호주 전 패배 뒤 나카타는 분발 차원에서 현지 일본식당에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발열 증상을 보인 오노 신지(시미즈 S펄즈)를 제외한 22명이 회식에 참석했다. 나카타는 선수들 앞에서 식당에 걸린 일장기를 보고 각자 서명을 하며 결의를 다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견에 따른 건 16명뿐이었다. 나머지 국내파 선수들은 나카타의 행동에 그대로 식당을 빠져나갔다. 21살 때부터 해외에서 뛴 나카타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생겨난 괴리감이었다.


나카타 역시 선수들의 소극적인 모습에 불만을 느꼈다. 불화로 이어지는 건 불 보듯 뻔했다. 나카타는 브라질전을 앞두고 지코 감독에게 크로아티아전에서 부진했던 후쿠니시 다카시(주빌로 이와타)의 교체 등을 건의했다. 경기서는 소통 부재에 시달리며 불협화음을 자초했다. 경기 대패 뒤 그는 홀로 통곡했다.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가진 실력을 다 쏟지 못했다.”면서.



혼다 게이스케 안은 하세베 마코토

4년 뒤 일본은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섰다. 팀 분위기를 맡은 건 주장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그는 나카타의 과오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화합을 강조했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세베는 늘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본선수들은 모두 개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조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동료들은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세베는 2007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팀 우라와 레즈를 우승시켰다. 당시 언론들은 성공요인으로 모두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짜임새 있는 공격을 손꼽았다.


이런 그가 주장 완장을 차면서 일본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하세베는 기존 유교사상보다 선수들 간의 호흡을 더 중시했다. 노장 선수에게 프리킥 기회 등을 넘겨주던 관례를 타파하고 선수들과 끊임없는 대화로 불상사를 예방했다.


하세베의 노력은 ‘대표팀의 이단아’로 불리던 혼다 게이스케(츠스카 모스크바)마저 수긍하게 만들었다. 혼다는 1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츠스카 모스크바를 8강으로 이끈 이른바 ‘물건’이다. 그는 대표 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일본의 유교적인 분위기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말할 만큼 자기 색깔이 강하다.



당초 매스컴은 그가 팀 동료들과 융화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월드컵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일본축구 위계질서에 파란을 일으킨 까닭이다. 그는 “수비를 하기 위해 경기에 나가는 게 아니다”라는 말 등으로 오카다 다케시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오카다 감독은 이런 그를 멀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주 대화를 나누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 사이에는 하세베의 노력이 있었다. 하세베는 오카다 감독에게 “혼다는 일본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며 “그를 반드시 안고 가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월드컵 무대에서 믿음에 보답했다. 카메룬과의 본선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 더군다나 그는 골을 넣은 뒤 헌신적인 수비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일본은 상승세를 탔다. 선수들 모두가 자신감에 차 있다. 네덜란드전도 해 볼만하다는 분위기다. 공격수 다마다 게이지는 “네덜란드 역시 조직력으로 맞선다면 기회는 충분히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는 “네덜란드전에서 16강행을 결정하겠다는 각오로 경기를 뛰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강한 의지에 감독도 신이 났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해 네덜란드를 상대로 0-3으로 패했다. 그러나 승리를 향한 의지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 못지 않은 비장함으로 경기장을 나선다.


“간단한 경기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이길 기회는 있다. 무승부가 아닌 승리를 노리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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