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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 (1)] 쇄빙유조선, 극지방 유전개발의 첨병

‘유조선+쇄빙선’ 단단한 선체에 후진 가능 추진체 적용
삼성重 세계 최초 개발···3척 인도
‘제2의 중동’ 러시아 시장 진출 발판 다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 또는 기온이 너무 낮아 얼어버린 바다는 일반 배가 항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지역은 ‘쇄빙선(Icebreaker)’이라는 특수선박을 이용하게 되는데, 쇄빙선은 말 그대로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선박을 말한다.


보통 쇄빙선은 항해가 불가능한 결빙된 지역에서 다른 일반 상선의 항로를 개척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북극해에서 쇄빙선이 앞서 가면서 얼음을 깨고 유조선이 그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원유를 운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중동지역이나 기타 지역에 비해 원유 생산단가 및 운반비가 상승해 개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극지방에서의 원유 운송 방식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선박이 등장했는데, 바로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지운항용 양방향 쇄빙유조선’이다.


쇄빙유조선은 유조선과 쇄빙선의 기능을 합친 복합 선박으로 원유를 싣고 얼음을 깨면서 운항할 수 있다. 최근 유가 상승, 기존 개발 유전의 생산 감소에 따른 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대형 오일메이저들은 극지방 유전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에게 쇄빙유조선은 극지방 유전 개발에 있어 꼭 필요한 선박이다.


◆10년간의 연구와 2년간의 건조과정 거쳐= 삼성중공업이 쇄빙유조선 개발을 시도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기존 발견된 육상 및 연근해 유전의 원유 매장량이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전세계 인구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와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LNG)가 묻혀 있는 북극에 관심이 집중돼왔다. 이러한 수요를 잡기 위해 삼성중공업은 극지 운항용 선박에 대한 시장조사를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 본격적인 쇄빙유조선 개발에 착수했다.


이어 2005년 6월 쇄빙유조선의 개념설계를 완료한 삼성중공업은 같은 해 10월 세계 최초로 러시아로부터 3척의 쇄빙유조선을 수주했다. 그리고 2007년 12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의 이름을 따 ‘바실리 딘코프(VASILY DINKOV)’라고 이름 붙여진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이 드디어 탄생했다.



◆360도 회전 가능··영하 45도·1.6m 두께 얼음도 견뎌=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유조선은 러시아 북부 북극해의 바랜드 유전과 무르만스크항구 사이 바렌츠해를 오가는 항로에 투입됐다. 바렌츠해는 연중 210~290일간 바다가 1.5m 두께로 얼어붙으며, 얼음 위로 다시 20cm의 눈이 쌓여 일반 선박이 운항할 수 없는 극한의 해역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전진만 할 뿐 후진은 할 수 없는 일반 선박과 달리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쇄빙유조선은 결빙해역에서 얼음을 깨며 전진하다가 얼음 산맥에 막혀 고립되면 추진기를 180도 돌려 후진으로 다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아갈 수 있으며,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또한, 최저 영하 45도의 극한 환경에서 1.6m 두께의 얼음을 깨며 3노트(약 시속 5.5km) 속도로 운항가능하며, 극지역에서 선체가 동결돼 기능이 정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 내부에 히팅코일을 깔았다.


일반 선박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나가기 위해 선수부(배의 앞부분)가 뾰족하게 돌출돼 있는 반면 쇄빙유조선의 선수부나 선미부(배의 뒷부분)의 폭은 평평하게 넓은 것이 특징인데, 효율적으로 얼음을 잘 깰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쇄빙유조선은 또한 얼음에 부딪쳐도 안전하도록 선체 외벽이 일반 유조선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최대 41mm의 철판으로 구성됐으며, 환경보호와 안정성 강화를 위해 의무적으로 이중선체로 설계되고 있다.


흔히 쇄빙선이 그냥 전진만 하면 얼음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쇄빙선이 얼음을 깨는 원리는 얼음판 위에 올라타 쇄빙선의 중량을 이용해서 얼음을 깨뜨린다.


◆고객의 ‘믿음’이 탄생의 배경=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 쇄빙유조선이지만 자칫 세상에 못나올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이 제안한 쇄빙유조선 설계도를 보고 발주처인 러시아 해운사들이 “그런 배가 과연 가능하겠냐”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할 것 보였던 순간에 원군이 등장했다. 지난 1997~1999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드릴십(원유시추설비)을 인도받은 러시아 코노코필립스였다.


코노코필립스가 친분이 있는 소브콤프로트측에 “삼성중공업의 기술은 믿을만하다”고 귀띔해줬고, 소브콤프로트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수주에 이르게 됐다. 일단 계약 물꼬가 터지자 러시아와 캐나다 해운사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발주를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쇄빙유조선 건조를 통해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 극지역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진행될 쇄빙 상선 프로젝트 수주 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쇄빙유조선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세계 조선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자료제공: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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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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