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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통명가]"혼과 정성담은 수제옷엔 인격이 있죠"

한국의 유통명가 ② 봄바니에 박종오 회장


중학생때 주린배 쥐고 찾은 일이 60년 평생업
양복개념 바꾼 아이비리그스타일 국내 첫선
맞춤양복 배우려는 젊은이 없어 안타까움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옷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표현하고 소개하는 수단입니다. 그래서 혼과 정성을 담은 좋은 옷을 찾아야 하고, 이런 옷을 입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명장(名匠)'. 자신의 분야에서 고집 하나로 '일가'를 일군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 1층 양복점 '봄바니에'의 박종오 회장(71세·사진)도 양복업계의 몇 안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중학생이던 1950년대 중반 먹을 것이 없어 주린 배를 움켜잡고 찾은 양복점에서 평생 '업'을 만났으니, 그 세월만 훌쩍 50년을 넘겼다. 박 회장은 긴 양복인생 만큼이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26세 때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양복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선풍적 인기를 모은 것도 박 회장이었다. 아이비리그 스타일은 상의를 짧게 하고 전체적으로 몸에 붙게 만들어 당시 유행을 선도했던 디자인. 기존 딱딱한 스타일의 옷을 고집하던 한국 남성들의 양복에 대한 개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75년 고급맞춤양복점이 밀집한 소공동에 뉴라이프양복점을 열면서 박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1993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세계맞춤양복협회 국제회의는 박 회장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국제회의와 같이 열린 패션쇼에 선보이기 위해 박 회장은 현장에서 꼬박 이틀 밤을 새워가며 양복을 만들었다. 패션쇼 당일 박 회장이 옷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끝내자, 객석에서는 찬사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옷을 입은 사람의 어떤 점을 부각시켰는지, 어떤 단점을 감췄는지 설명했다"면서 "지난 몇십년이 보람되게 느껴졌었다"고 회상했다. 입는 사람의 체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비로소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이런 국내외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한때 고급 맞춤양복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소공동 일대가 1990년대 이후 맞춤 양복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곳(소공로)에는 많은 양복 전문가들이 있지만 고객들의 발길이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박 회장이 운영하던 양복점은 한때 30여명의 직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4분의 1인 8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맞춤양복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지만, 박 회장의 맞춤양복에 대한 자부심은 한결같다.


박 회장은 "국내 맞춤양복은 바느질, 재단 등 직접 손으로 다루는 기술부분에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맞춤 양복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기술전수가 쉽지 않아 안타까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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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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