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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연못①]문성근 "50억짜리 10억에 찍은 건 기적"(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가장 잊을 수 없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름다운 청년'과 '작은 연못'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총격에 수백 명의 피난민이 사살된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의 개봉을 앞두고 배우 문성근은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작은 연못'은 100명이 넘는 배우와 스태프가 '노 개런티'로 참여해 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11억원으로 줄여 8년간에 걸쳐 틈틈이 완성한 영화다.

'작은 연못' 개봉을 앞두고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베테랑 배우 문성근은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하는 일은 흔하지만 배우들과 스태프가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든 일은 아마 한국영화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근이 '작은 연못'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자본이 아닌 시민의 힘으로 큰일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두고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해야할 일"이라며 "시민이 참여하지 않고 입 닫고 있다면 대의민주주의가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덤덤히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 '작은 연못'의 화면 속에서 문성근이 맡은 역할은 크지 않다. 특정 인물이 아닌 전체 마을주민이 주인공인 탓이다. 문성근은 그저 희생자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화면 밖에서 문성근은 이 영화의 제작에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담당했다.


"2001년 쯤인가 AP통신 기자로 일하다 은퇴하고 서울에서 사는 분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노근리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다른 AP통신 기자가 왜 한국에서는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어요. 기다리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한 거죠. 전 그 사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일단 알리긴 해야할 것 같아서 소문을 냈고 나중에 별도의 프로덕션이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문성근은 제작 의사를 듣고도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2년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고 문성근과 절친한 사이이자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연극연출가인 이상우씨가 감독으로 나섰다.


"왜 우리가 이런 영화를 못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오랫동안 지속돼오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은 연못'은 '태극기 휘날리며'나 '화려한 휴가' 등의 작품 같은 구조를 채택하기 어려운 소재였고 그로 인해 투자를 받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촬영은 2006년 5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다. 30년간 연극 연출가로 활동해온 이상우 감독의 영화 데뷔작에 친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가족처럼 촬영했다. 문성근은 "이상우 감독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모인 것이니 소풍 온 것처럼 아주 재미있게 찍었다"고 회고했다.


"연기하면서 인물의 캐릭터에 고민하지 않은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냥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데 다만 좀 더 그 시절의 농부 같이 순박하기만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작은 연못'이 촬영을 마치고 오랜 시간 동안 개봉되지 못한 것은 컴퓨터 그래픽에 오랜 시간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전혀 받지 않고 작업을 해야 하니 CG업체 측에서는 다른 작품을 하는 짬짬이 조금씩 시간을 내서 시나브로 영화를 완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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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은 정치에 관한 주제에 대해 언제든 기꺼이 토론할 준비가 돼 있는 배우이지만 이번만은 '작은 연못'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정치적 발언이 괜한 오해를 사는 것도 부담스럽고 정치적인 이미지보다는 친근한 연기자로 남고 싶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작은 연못'은 배우 문성근에게 또다른 방점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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