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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잃어버린 첫 10년,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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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전례 없는 투기성 폭등과 브레이크 없는 추락.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투자자라면 뉴밀레니엄의 첫 10년이 흥미로웠을 법하다.


탐욕과 버블, 규제의 실패와 사후약방문 식 개입. 역사책의 한 장면이었다면 머릿속의 빈틈을 채우는 뿌듯함에 젖었겠지만 현실이었기에 씁쓸할 따름이다.

롤러코스터 극심한 변동성을 빼놓고 지난 10년간 증시를 말하기는 힘들다. 이머징마켓은 물론 선진국까지 예외가 없었다. 정규분포를 벗어난 급등락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외환, 상품시장까지 독버섯처럼 번졌다.


수급과 펀더멘털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장을 움직인 것은 수급 논리였다. 실적 없는 닷컴이 상승을 주도하는 시장에서 펀더멘털은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금기였다. 주식의 단맛을 알아차린 '뉴 페이스'와 거래 규모를 대폭 늘려놓은 데이트레이딩은 활황장의 불쏘시개로 충분했다. 투자은행(IB)는 경쟁적으로 새내기 종목을 증시에 입성시켰고, 계열 리서치센터를 통해 '매수' 추천을 쏟아냈다. 안타깝지만 글래스 스티걸법을 폐지한 미국 금융 당국에 이런 폐단을 계산하는 일은 능력 밖이었다.

수급 논리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다만 당시의 수급이라는 것이 펀더멘털과 동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됐을 뿐이다. 투기적인 매수 세력이 종적을 감추면 주가와 펀더멘털의 간극만큼 깊은 골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혜안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사기와 기만 엔론과 월드콤, 그리고 아더 앤더슨. 이제 지겨운 이름이지만 경제학과 강의실에서 세대를 거듭하며 경제학자를 길러내는 데 밑거름이 될 이름이다. 다만, 새천년을 맞기 전 같은 강의실의 누군가에게 이들이 성공한 글로벌 기업과 쟁쟁한 회계법인이었다는 사실은 잊혀지리라.


분식 기업이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손쉽게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지금은 전혀 낯설지 않은 소위 '부외거래'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기업과 회계법인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정교하고 창의적인 개념과 상품으로 탑라인(매출)부터 바텀라인(순이익)까지 수치는 얼마든지 부풀려졌다. 회계법인의 '작품'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수' 투자의견으로 화답, 부풀린 수치에 걸맞게 주가를 끌어올렸다.


창조적 파괴? 구조화 증권 상품은 '최첨단' 금융공학이라는 찬사가 붙을 만큼 창조적인 상품이었다. 리스크를 떠넘기면서 쏠쏠한 수수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꿈의 기법이었다. 내 등 뒤에 수건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마음껏 게임을 즐겨도 되는 수건 돌리기 쯤으로 여겨졌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등 뒤에 수건이 떨어지는 순간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지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CDO(부채담보부증권)을 포함한 구조화 상품은 게임의 출발선인 주택시장을 초토화시켰고, 경제 전반을 파괴했다.


뉴밀레니엄 두 번째 10년 앞서 10년간의 유동성 과잉과 각종 부조리는 감당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겼다. 정부는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수습에 나섰다. 과거 엔론의 '만행'에 사반스 옥슬리법으로 응수했던 정부는 각종 규제와 금융권 보너스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때는 자유시장이 투자자 보호에 실패할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통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정부가 암종을 뿌리 뽑는 데도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눈치 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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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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