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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안개 속의 의도와 실체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북한이 화폐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어 북한당국의 의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0일 제5차 화폐개혁을 전격단행하면서 기존과 달리 명시적 형태의 법령으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4차 화폐개혁 당시에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법령)'이나 '내각결정'형태로 형식을 갖춰 노동신문을 통해 공고했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구체적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정령' 등의 형식으로 갖췄지만 '노동신문'으로 외부발표만을 남겨둔 것이란 분석과 아직 화폐개혁이 정식 단행 단계가 아닌 시험단계에 있는데 그 사실에 일부 유출됐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반주민들이 화폐개혁에 대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옛날은 지하경제, 시장경제가 없었지만 현재는 지하경제가 커져버려서 화폐개혁을 미리 알게 되면 (주민들이) 손을 쓰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이 대외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각 소식통과 언론들이 엇갈린 보도를 하고 있다. 새 돈과 옛날돈을 교환하는 비율과 함께 교환가능한 금액상한선에 대해 수 개의 서로 다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는 북한이 2일 오전부터 화폐교환에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옛날돈과 새 돈의 교환비율을 100:1로, 상한액을 기본 10만원으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반발로 교환 상한액을 두 번에 걸쳐 수정했다. 처음에는 한 세대 마다 100:1의 비율로 10만원(옛날돈 기준) 한도 내에서 교환을 허용하고 저축은 2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했지만, 원성이 높아지자 그 다음날인 1일 교환상한액을 15만 원으로, 저축액수도 30만 원으로 늘렸다.


그러다 2일 최종적으로 10만 원까지는 100:1, 그 이상은 1000:1 비율로 교환해주고 저축 액수는 무한대로 늘린다고 발표한 후에 전국적으로 화폐교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로 판명된다면 북한당국도 주민반발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화폐 교환 비율 이외에 상품·임금·채권 및 채무·유가증권 등의 교환비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의문이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런 화폐와 여타 상품의 자산가치를 재평가했었다. 화폐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런 부분의 교환비율도 함께 공포해야한다.


이같이 의혹스런 화폐개혁 조치의 의도에 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평양의 10만호 주택건설사업, 수력·화력 발전소 증설, 철강산업 강화 등 당이 역점을 두는 경제대국 건설 추진의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들어 '100일 전투' '150일 전투' 등 경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란 것이다.


이와함께 사회주의 체제의 만성적인 '과소생산' 상태를 해소키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중에 과하게 풀린 자본을 강제적으로 회수해 상품의 수에 맞게 통화량을 조정하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7·1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유포된 자본주의 바람을 일소하는 게 북한당국의 진정한 의도란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계간 '경제연구' 최근호(2009.3호)가 "화폐의 우상화는 화폐관계를 확대시켜 사회주의 경제관계를 좀먹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점에 눈여겨 보라고 주문한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주민들이 직장내 노동 보다는 장마당 장사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책략이란 것이다. 2007년 10월 5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개인장사를 허용하고, 지난해에 전국의 상설시장을 10일장으로 축소토록하며, 올 7월 최대의 비공인 시장인 평성시장의 폐쇄한 것처럼 '체제위기'에 따른 반동적 대응이란 풀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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