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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 "'파주'는 간단 명료한 사랑이야기"(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박해일·배종옥 주연의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한 박찬옥 감독이 7년 만에 새 영화 '파주'로 돌아왔다. 5년 전 단편 '잠복'을 내놓기는 했지만 '질투는 나의 힘'을 좋아했던 관객에게 7년은 무척 긴 시간이다.


1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넷팩(NETPAC,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올해 개봉한 국내영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 다섯 편 중 한 편으로 꼽는 이도 많다. 비록 영화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데 실패했지만 박 감독이 거둔 성과는 결코 관객수에 비례하지 않다. 영화만큼 말수가 적고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 좀처럼 웃지 않는, 그러나 묵직한 힘을 지닌 박찬옥 감독을 만났다.

- '질투는 나의 힘' 이후 7년간 어떻게 지냈나.


▲ 부산영화제 다녀오고 나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영화를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영화를 만들 때는 나 자신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청년기 때 만들 수 있는 영화가 따로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청년기가 지나기 전에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었다.

만들고 나서 뭐하지 그러다 명확히 할 일이 없어서 예전에 다니던 학교를 마저 다니고 다니던 중에 단편 영화 하나 만들었다. 영상원 전문사 과정을 2004년에 마치고 나서 또 뭐하지 하다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금세 진행이 안 됐다. 시나리오를 2005년에 쓰고 2007년쯤 제작이 시작됐다.


- 데뷔작은 기형도의 시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파주'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 내가 지은 제목은 아니다. 처음에 부산영화제 PPP(부산프로모션플랜)에 내야 하는데 마땅한 제목이 없어서 PPP 출품을 준비하시던 분이 '파주'라고 지어서 그게 제목이 됐다. 나중에 제작자에게 더 좋은 제목이 생기면 바꿔도 되냐고 물어 승낙을 받았다. 최근 도시 이름을 제목을 한 일련의 영화들이 있어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땅한 다른 제목이 없어서 그냥 뒀다.


- '파주'를 처음 구상한 건 언제쯤이었나.


▲ 2003년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원래 내 영화를 못 보는데 '질투는 나의 힘'을 해외영화제 가서 처음 제대로 보게 됐다. 그 전엔 영화를 본다는 의미라기보다 프린트나 영어 자막 점검하는 것에 불과했다. 영화를 잘 못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그러면서도 웃긴 게 '못 만들어서 그렇지 만들 만한 영화다'라는 생각을 내가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것처럼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거기에서 '파주'의 두 주인공이 구체화됐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그런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게 예수와 유다의 관계였다. 예수를 떠넘긴 유다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등장인물들을 정하는 데 기초가 됐다. 또 하나는 성서의 탕자 이야기다. 보살펴주는 아버지를 떠나서 나갔다가 고생 잔뜩 하고 면목 없이 돌아오는 사람의 이야기. 탕자는 그 후에 다시 또 집을 떠나지 않았을까.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원래 있던 것이 정해져야 했다.



- 국내에 여러 도시 중 파주를 선택한 이유는.


▲ 영화를 구상하기 전 파주에 가본 적이 있다. 파주는 내가 갔을 때 안개가 많이 피는 곳이었다. 안개가 짙게 피어서 가다가 차를 멈춰야 했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게 내가 파주에 가서 처음 겪은 것이었다. 파주에 영화 스튜디오가 있어서 종종 갔는데 파주가 여느 도시보다 좀 내겐 이상했다.`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는 일본인들처럼 파주에도 전쟁이 나면 굴다리를 폭파해서 도로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파주 사람들은 뭔가를 계속 기다리면서 산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알 수 없는 처연한 느낌 같은 게 생겼다. 우리가 막연히 느끼는 동두천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파주에는 옛날부터 전쟁이 아주 많이 일어났던 곳이었다. 한국전쟁 때도 파주는 남과 북 양측에게 중요한 곳이었다. 누군가 그러는데 죽은 사람이 많이 묻힌 곳에서는 인이 많이 나와서 안개가 많이 핀다더라.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런 내용의 대사가 있었다. 내겐 그렇게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말이 웃겼다. 그래서 빼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든다.


- 상업영화로선 이야기가 복잡하고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실제로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영화가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라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저는 모티브를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질문에는 이야기했지만 그 외에는 답을 못 했다. 그러나 관객들이 얘기를 간단히 생각하면 간단하고 명료한 얘기다.


-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 영화의 시간대가 길어서 신뢰도 있는 캐스팅 자체가 상당히 어려웠다.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한 사람이 연기해도 관객이 믿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남자도 대학생 시절부터 나오니까 청년스럽기도 하고 중년스러움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배우들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우와 이선균이 생각났다. 이선균은 원래 TV를 잘 안 봐서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로 나왔는지,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지 알지 못했다.


- 이선균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설정한 이유는.


▲ 애초부터 운동권 인물로 설정한 건 아니었다. 다 같이 뭔가 하는 일이 있고 그걸 책임지는 남자, 여자는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 일과 남자를 망쳐놓는 인물이 필요했다. 마지막에 이 남자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데 그때 그 일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여자를 선택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인물들을 만들었다.


- 질감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35mm필름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데.


▲ 수퍼 16mm 필름을 썼다. 제작비 때문에 디지털이나 16mm필름 중 하나를 써야 했는데 아련한 필름의 질감이 이 영화와 더 맞다는 생각이 있었다.


- 다음 작품도 오랜 기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건가?


▲ 다음 작품, 이제 써야지. 다음 작품에서는 결심이 필요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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