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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영화제, 新舊영화인 화합 실패한 '그들만의 잔치'?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46회 대종상영화제 개막식을 겸한 47회 영화의 날 기념식이 한국영화인협회 주최로 27일 열렸으나 젊은 영화인들의 대거 불참으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배우 신영균, 남궁원, 최은희, 황정순 등과 이날 상을 수상한 남기남 감독, 김문옥 감독 등 1960~198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던 영화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정동일 중구청장 겸 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원로 영화인들과 젊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안성기, 이덕화, 독고영재 등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현재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배우는 시상자로 나선 김인권, 사회자 홍수현 외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정준호, 공효진, 류덕환 등이 참석했다.


◆ 유인촌 장관 "젊은 배우들, 돈 줘야 참석" 쓴소리

유인촌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최근엔 한국영화가 발전해 창투사가 생기고 배우 매니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예전과 같은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다"며 "요즘엔 젊은 배우들을 부르려면 개런티를 줘야 한다고 들었다"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드러냈다.


유 장관은 이어 "내년부터 (젊은 배우들을 부르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가 개런티를 내겠다"며 "그깟 영화를 수출해봐야 얼마나 벌겠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에 담긴 우리의 정신과 문화다. 선배가 있어야 후배도 있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배우 이덕화는 "배우협회 이사장을 맡은 지 6개월 됐는데 아직 제가 자리를 못 잡고 무능해서 요즘 한국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배우들과 감독들이 자리하지 못했다"며 "내년이면 이사장이 된 지 2년쯤 될 테니 좀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시키려 애썼다.


아울러 "(신구 영화인들 사이에) 다리가 많이 끊어져 있다. 빨리 보수해서 후배들과 선배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내년에는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국회의원 등을 지내기도 했던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도 이날 무대에 올라 젊은 배우들의 불참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영화인들에겐 하나밖에 없는 잔치인데 인기 있는 후배 배우들이 개런티를 받고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젊은 친구들이 많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원로배우들이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 대종상 논란, 신구 영화인 불화의 단면


대종상 영화제를 둘러싼 신구 영화인들의 불화는 1990년대 들어 시상식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1996년 34회 시상식에서 당시 미개봉작이었던 '애니깽'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특별공로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몰아주며 파문을 일으키면서 대종상과 젊은 영화인들 사이의 간극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화의 날 기념식과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영화인협회가 주최한다. 한국영화인협회는 주로 원로 영화인들로 구성돼 있다. 올해 46회를 맞이한 대종상 시상식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 시상식이지만 권위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후보작(자) 선정에서 원로 영화인들과 젊은 영화인들 사이의 소통이 끊겼기 때문이다. 대종상 후보작(자)를 선정하는 예심 심사위원 또한 대부분 원로 영화인들이다.


이날 영화의 날 행사에서는 남기남·김문옥 감독, 배우 이빈화·김혜정, 허응회 촬영감독, 윤석훈 시나리오 작가 등이 유공영화인상,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응당 후배들의 박수와 축하를 받아야 할 자리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한 남기남 감독은 '영구와 땡칠이' '바리바리 공주' 등 어린이 영화를 주로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1970년대에는 한국과 홍콩이 합작한 다수의 무협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영화 인생 50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인데 기쁘기도 하지만 왜 가슴이 답답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 드는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다수의 영화제작사가 충무로를 떠난 지금 국내 영화계의 시급한 당면 문제 중 하나는 신구 영화인들의 화합이다. 대종상 영화제의 공정성 논란은 신구 영화인들의 불화를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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