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러시아판 디트로이트' 경제 근간 흔든다

러시아 자동차 도시 톨리야티, 자동차 업체 아브토바즈 파산 위기로 함께 휘청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지역 경제가 단일 기업이나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원 컴퍼니 타운(one-company town)’ 문제가 러시아 경제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기업이 파산할 경우 지역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폐단 때문.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된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 지역경제 재편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가 모두 한 기업에 다니는, 기업체 하나가 지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 컴퍼니 타운은 산업화와 더불어 꾸준히 형성돼 왔다.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이라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 이제는 관광지로 더 유명한 허쉬 초콜릿 타운 등이 대표적인 예. 러시아 전역에도 총 400개의 원 컴퍼니 타운이 조성돼 있어 이를 찾아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원 컴퍼니 타운의 문제는 도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업체가 도산하거나 경영이 부실할 때 도시 전체가 타격을 받고 흔들리게 된다는 데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으로 디트로이트시가 범죄와 실업, 가난의 도시로 전락하자 오바마 행정부가 구제대책을 세웠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러시아 남부 사마라주(州)에 위치한 도시 톨리야티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톨리야티에 사는 주민들은 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자동차 메이커 아브토바즈(AvotoVAZ)가 파산 위기로 내몰리면서 함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톨리야티의 70만 주민 가운데 아브토바즈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는 10만2000명에 달한다. 이 업체가 지난 7월 2만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뒤 주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러시아 정부는 경기침체로 기업 파산이 늘어나면서 톨리야티와 같은 원 컴퍼니 타운 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400개 원 컴퍼니 타운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고 지역 기업들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각 도시에 새로운 고용 창출기관을 이전시키는 방법부터 향토기업의 문을 닫고 주민들을 이전시키는 방법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툴리야티와 아브토바즈 문제는 러시아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아브토바즈는 이미 정부지원금 8억5000만 달러를 제공 받았음에도 회생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고 공동 운명체인 툴리야티의 실업률과 부채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브토바즈의 부실경영과 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주 아브토바즈는 7500대의 자동차가 딜러 유통망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또 30%의 수입관세에도 불구하고 수입 자동차의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소비자들의 냉혹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아브토바즈는 문을 닫았고 이후 다시 영업을 재개했지만 일부 생산라인만을 가동하고 있을 뿐이다. 직원들은 월급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AD

정치권은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아브토바즈는 지난 2005년 러시아 국영 무기 업체 로스테크놀로지야에 인수됐는데 이후 2008년 프랑스 르노가 지분의 25%를 매입했다. 모스크바 투자 은행 트로이카 다이알로그 역시 비슷한 양의 지분을 소유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최근 르노 자동차에 아브토바즈를 지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엘비라 나이울리나 경제개발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 400개 원 컴퍼니 타운 가운데 20개 정도가 연방 정부 특별 프로그램의 대상”이라며 “고용을 창출할 만한 대안이 없고 투자할 민간 자본이 없다면 이론상 도시의 폐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경우 정부는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