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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금융?' 화려한 월가의 추악한 이면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최고 학력의 엘리트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 일하는 곳 미국 월스트리트. 하지만 화려한 외관에 추악한 실상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는 내부자 거래와 희대의 사기, 도덕성을 상실한 돈잔치까지 세상을 경악하게 하는 메가톤급 사건으로 점철됐다.

문제는 금융위기로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고질적인 도덕 불감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는 최근 대형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보너스 잔치 등과 맞물려 ‘반-월가’ 정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폰지부터 내부자거래까지, 헤지펀드의 실상 = 다단계 폰지사기로 150년형을 선고받은 버나드 메이도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월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내부자거래 네트워크’가 적발됐다.

미국 헤지펀드업체 갤리온의 창립자인 라즈 라자나트남이 핵심 인물로 그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부자랭킹 559위에 오른 투자자이기도 하다. 라자라트남 회장은 IBM, 인텔, 맥킨지 등 다국적 기업 고위 경영진들과 함께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 2000만 달러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갤리온 그룹은 산하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키로 결정했다.


투자사 피콧캐피털의 창업자인 아더 샘버그가 지난 5월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규제당국의 내부자 거래 조사가 좁혀져 왔기 때문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수개월 동안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의 창립자 안젤로 모질로와 댈라스 매버릭스의 구단지 마크 큐반 등의 내부거래 혐의를 줄줄이 포착해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자거래는 월가의 공공연한 비밀로 자주 이뤄져 오고 있다며 월가 족집게 투자자들의 비결이 결국 사기에 불과했음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 도를 넘은 보너스, 석연찮은 M&A = 이런 문제들은 보너스와 맞물려 미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금으로 막대한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대한 곱지 않은 눈초리다.


은행들은 특히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과 저축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금 보유액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출은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인들의 반감을 두 배로 사고 있다.


석연치 않은 M&A 과정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미국 연방 의회는 뱅크오브아메라키(BOA)가 지난해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부가 BOA에게 압력을 넣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기 전에 발생했던 막대한 부실과 보너스 지급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되기 직전인 지난해 말 거액의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36억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부실 은폐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아왔다.


◆ 고객 기만하는 자산운용사 =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산운용을 맡기고 있는 스테이트스트리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외환거래 과정에서 5660만 달러 이상을 과다 청구했다는 것이 이유. 캘리포니아 검찰은 과다 청구 비용과 관련된 손실 비용이 2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캘리포니아 검찰 측은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환율 트레이더들이 지난 8년 동안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원연금(CalSTRS)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금을 과당청구 해왔다”며 “이는 월가의 금융업체들이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고 위법적인 행위를 한 하나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가 고소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무부 스트레스테스트에서 19개의 ‘대마불사’ 은행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 스테이트스트리트는 파생상품,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투자 등에 있어서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속였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고소를 수차례 당한 상태다.


◆ 신용 상실한 신용평가사 = 신용평가기관을 대상으로 한 고소도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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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재벌 필 앤슈츠가 설립한 앤슈츠 코퍼레이션은 신평사들이 투자 상품에 대해 부당하게 높은 등급을 매기고 투자은행들이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이를 판매했다며 무디스, 피치 등 신평사들과 메릴린치와 도이체방크 등 은행들을 8월 무더기로 고소했다. 코네티컷주와 캘리포니아주도 빅3 신평사들을 비슷한 이유로 고소한 바 있다.


최근까지 무디스에서 일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신평사들이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낙관적인 등급 부여를 남발하고 있다고 폭로, 논쟁을 격화시키기도 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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