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러시아 부호들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그들의 자산을 지키기에 안전한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러시아와의 교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최근 스위스 은행들이 비밀주의를 포기한 점도 싱가포르에 러시아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러시아 자금이 싱가포르 은행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부동산과 기업 투자를 통해 주식시장에도 러시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테이 전 주러시아 대사관은 “일부 러시아 선박업체와 IT업체들이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업 종사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수많은 에너지 관련 업자들도 투자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의 회복세와 동반해 싱가포르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억만장자 사업가인 아라즈 아갈라로프와 부동산 개발업자 러스탐 타리코 등을 포함해 수백 명의 러시아 부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9.6%까지 하락했다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3분기에 0.8%를 기록했다.
러시아 투자자들의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싱가포르 간의 교역량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싱가포르의 대 러시아 교역 규모는 지난 2002년 40위에서 최근 30위로 뛰어올랐다. 또한 6년 전 300명에 불과했던 싱가포르 거주 러시아인은 5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조세 탈피를 위해 이용해왔던 스위스 은행들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압박 때문에 고객비밀주의를 포기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세금이나 비밀보장 등과 같은 문제보다는 아시아 지역의 빠른 성장세와 싱가포르의 정치적 안정, 영어를 사용하는 점이 러시아인들을 끌어 모으는데 더 큰 작용을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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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9일 싱가포르 의회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은행들에 탈세혐의가 있는 외국인 고객들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조세 탈피 막기에 나선 것은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다. 지난 4월 싱가포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조세피난처 중 '회색 국가군'으로 분류된 바 있다. 회색 국가군이란 조세 정보 공유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미달한 국가로 향후 개선을 약속한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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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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