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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소설 ‘엄마…’와 영화 ‘애자’

시계아이콘02분 18초 소요

경제위기를 맞아 세상살이가 팍팍한 요즈음 ‘어머니’가 화두로 뜨고 있습니다. “어머니”하고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정겹고 한없이 그리운 이 말이 문화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 10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넘어 섰고 부녀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애자’도 100만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 힘든 시대에 우리의 삶을 위로해 줄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듯합니다.


지난해 11월 출간돼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엄마 신드롬’까지 낳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가 지하철 서울역에서 실종된 뒤에야 가족이 저마다의 기억으로 엄마의 삶을 뒤돌아보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헌신과 희생으로 일평생 가족만을 돌봐온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뒤에야 빈자리가 드러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가치를 발견해 나가면서 우리 시대의 코드로 공감을 유발하고 각인시켜 나갑니다.

또 핵가족화 돼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도 되새기게 합니다. 가족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원망도 합니다. 그러나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아낌없이 베풀어 준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며 순수한 사랑을 잃고 살던 가족들이 잘못을 깨닫고 다시 사랑과 끈끈한 정으로 뭉쳐지는 가족상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100만부 돌파 기념 자리에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애기하고 싶었던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문학사에서는 장편의 형식을 띠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라는 존재의 내면과 외면을 파헤쳐 들어간 소설이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고 말하고 “지난 10개월간 곳곳에서 독자와 만났는데 우시는 분, 앞으로 엄마생일을 꼭 챙겨주시겠다는 분, 엄마와 화해하게 됐다는 분 심지어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기장까지 주신 분도 있었다”며 ‘엄마’가 품고 있는 원동력이 인기 배경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화계에서도 ‘한국의 어머니’가 인기몰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모녀의 갈등과 화해, 이별을 그린 ‘애자’도 지난 주말 30여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아 흥행 1위를 차지하며 100만관객을 넘어 섰습니다. 만년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아가는 29세 말괄량이인 애자는 오빠만을 위하는 엄마의 태도에 반발하며 자신의 갑갑한 삶에 지쳐 불만이 쌓여가던 중 엄마의 시한부 삶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여행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이해하지만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엄마를 간호하며 이제껏 살아왔던 세월보다 더 값진 시간을 보냅니다. 억척같은 어머니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부녀간의 사랑이 오늘의 어머니를 그리게 합니다.


올해 최고의 흥행 연극으로 꼽히는 ‘친정엄마와 2박3일’도 내달 재연장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불황기 대중문화계에는 ‘어머니’가 크게 각인되고 있습니다. 왜 모두 어머니를 찾는 걸까.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 따뜻한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10여년 전의 경제위기 때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암으로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은 아버지가 가족 몰래 생의 마감을 준비한다는 김정현씨의 소설 ‘아버지’는 1996년 발간되면서 선풍을 일으켜 160만부가 팔렸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소설 ‘아버지’는 당시 기업들의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가장들의 비애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가정의 위기로 직결되고 가정위기는 가장의 책임으로 귀착되고, 무너지는 아버지의 권위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가장과 무관심했던 가족 간의 대립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죄의식과 책임감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아버지와 남 보듯한 가족 사이에서 다시 피는 가족애는 많은 가장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아픔은 최근 개봉한 작은 영화 ‘아부지’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밥 한 끼 배불리 먹는 것조차 힘든 1970년대 책벌레로 통하는 아들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고 평소 한글만 깨우치면 됐지 무슨 공부냐고 노발대발하신 아버지, 그러나 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기로 합니다. 헌신하고 희생하면서도 정작 표현할 줄 몰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젠 아버지가 돼있는 장년층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며 부성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남깁니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다고 하나 요즈음과 같이 어려운 시절의 공통어는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입니다. 우리 주변의 문화는 그 시대의 반영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까지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자신들을 뒤돌아보는 모습에 열광하는 기록들이 각광받는 것은 우리가 한편으로 밀쳐놨던 가족 가치의 재발견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자신 스스로에 대한 회한이기도 합니다.


다음주면 큰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연휴가 짧고 신종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귀향하지 않는 가족들이 많을 것이라고 하나 잊지 않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며 찾아가 뵙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 발견이 아닐까 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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