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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디지-로익솝-언더월드, 3만 글로벌개더링 관객 홀리다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쓰레기섬이라 불리던 난지지구에 때아닌 춤바람이 불었다. 개성 강한 패션감각을 뽐내는 젊은 남녀들, 인종 전시장 같은 다국적 분위기, 하루 동일 넘실대는 그루브의 향연. 18~19일 양일간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 난지지구에서 열린 2009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는 춤과 비트, 그루브, 패션과 젊음, 때로는 광기가 응집돼 폭발하는 현장이었다.


2001년 영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개더링은 첫해 25000명의 관객을 모은 이래 8만여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규모로 성장한 전세계 최대 규모의 댄스뮤직페스티벌이다. 글로벌 개더링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매년 7월 마지막주에 열리며 유럽과 미국의 정상급 DJ들과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을 집결시켰다.

2006년 미국 마이애미로 축제를 확장한 글로벌 개더링은 이후 호주, 러시아, 터키,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으로 넓혀갔고 올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2000년대 들어 매년 각종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렉트로티카 뮤직 페스티벌은 이번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가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첫 행사를 마쳤지만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가 열리기 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팝 음악의 점유율이 극히 낮은 국내 음악 시장은 차치하더라도 일렉트로니카 장르나 클럽 문화가 마니아적 성향이 짙다는 것은 대규모 행사와 썩 어울리지 않았다.


◆ 프로디지, 한국 팬과 10년 만의 극적인 재회


축제의 첫날인 18일 헤드라이너 프로디지의 공연이 시작될 때 그 모든 것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하드코어 록의 성향이 짙은 일렉트로니카 그룹 프로디지는 전성기였던 1999년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 당시 폭우로 내한까지 하고도 공연을 열지 못한 경험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썸머브리즈 2008 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무산된 바 있다.


미국 출신의 듀오 크리스탈 메소드의 현란한 DJ가 태극기와 함께 한강변을 펄럭일 때 난지지구에 모인 열혈 팬들은 이미 그루브에 취해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옆 스테이지에서 1시간가량 열기를 유지하던 관객들은 19일로 넘어가는 자정 메인 스테이지에 모여 프로디지와의 첫 만남에 환호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객석은 광란의 쓰나미가 몰아쳤다.


프로디지와 팬들의 혼연일체는 이들의 최고 히트곡인 '브리드(Breathe)'의 전주와 함께 시작됐다. '파이어스타터(Firestarter)' '포이즌(Poison)' '부두 피플(Voodoo People)' 등 지난 세기 히트곡은 물론 올해 발매한 '인베이더스 머스트 다이(Invaders Must Die)'의 동명 타이틀곡이 프로디지의 명성이 바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스맥 마이 비치 업(Smack My Bitch Up)'에서는 관객을 앉혔다가 클라이맥스에서 점프하도록 유도하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사이키델릭한 레이브(Rave)의 진수를 보여주는 80분의 공연이 초가을 밤의 한기를 무색케 했다.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관객들은 새벽 3시까지 호주 그룹 펜줄럼의 비트에 심장박동을 맞췄다.



◆ 로익솝-언더월드, 토요일 밤의 열기


19일의 하이라이트는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두 명의 멋쟁이들 로익솝과 1990년대 영국 일렉트로니카의 제왕 언더월드의 무대였다. 워밍업은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과 엠플로 버벌의 화려한 합동 무대 그리고 지드래곤과 2NE1의 '가요무대'였다. 하우스, 테크노, 레이브, 트립합, 시부야케이 등 일렉트로니카 장르 위주로 구성되는 라인업에서 지드래곤과 2NE1의 TV가요프로그램 같은 무대는 다소 이질적이었으나 관객들은 익숙한 멜로디에 환호했다.


19일 밤 10시 로익솝은 서정과 열정을 혼합한 특유의 사운드를 배경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대표작이자 데뷔 앨범 수록곡인 '리마인드 미(Remind Me)' '에플(Eple)' '푸어 르노(Poor Reno)' 등과 최근 앨범 수록곡인 '해피 업 히어(Happy Up Here)' '더 걸 앤 더 로보트(The Girl and the Robot)' 등을 연주했다.


로익솝의 무대가 끝나자 반대편 무대에서는 DJ류(류승범)과 D구루가 팀을 이룬 리볼버69가 열기를 이어갔다. 류승범의 연인인 공효진과 이수혁·김민희 커플, 배우 정우성과 김재욱 등이 관객으로서 이날 공연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그래픽과 사운드의 환상적인 결합을 시도한 언더월드의 공연이었다. 지난해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보여줬던 매혹의 일렉트로니카 그루브가 2년 후면 쉰 살이 되는 칼 하이드의 목소리와 이미 쉰 살을 맞이한 릭 스미스의 손가락을 타고 넘실거렸다.


변함없이 이날 공연도 이들의 대표곡이자 영화 '트레인스포팅' 삽입곡인 '본 슬리피(Born Slippy)'에서 클라이맥스에 올랐다. 가사말인 '라거, 라거, 라거(lager, lager, lager)'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의 손에 있던 맥주와 막걸리는 하나둘씩 공중으로, 목 너머로 사라져갔다.



◆ 3만 관객 운집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막 내려


홍대 클럽데이를 한강변 야외무대로 옮겨 놓은 듯한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는 20일 새벽 아스트로 보이즈의 무대를 끝으로 새벽 4시 40분께 끝을 맺었다. 국내에 전례가 없는 대규모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첫 번째 행사치고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기존의 록 페스티벌과 달리 외국인의 관객 비중이 높고 20대와 30대 초반의 연령층이 대다수를 이룬 점이 이채로웠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독특한 의상을 입은 청년들과 막걸리 병을 들고 춤을 추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일 것이다.


앞으로 두 차례의 공연이 더 계약돼 있는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의 첫 행사는 양일간 3만명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록 음악에 한정돼 있던 음악 축제의 다양화를 모색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페스티벌은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는 내년 가을 다시 일렉트로니카 마니아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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