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애자' 정기훈 감독 "모녀관계 그리려 400쌍 만났죠"(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영화 '애자'의 정기훈 감독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남자 감독이 어떻게 모녀 사이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었을까.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정기훈 감독은 이런 질문에 "주위에 저를 아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을 한다"며 껄껄 웃었다.


'애자'는 문제아 딸과 고집불통의 어머니가 그리는 혈육의 진한 애증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영화다. 가족 이야기를 그리되 구질구질한 신파로 흐르지 않고, 눈물을 자극하되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주연배우 김영애의 설명처럼 '애자'는 여성관객들에게 유난히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이다.

정기훈 감독은 "다 큰 여자의 성장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애자'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주인공인 애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왕래하던 소설가 지망생을 모델로 했다. 극중 애자의 어머니는 정 감독의 어머니와 이름이 같다.


"가운데 이름이 '애'자인 친구인데 그 친구가 쓴 인생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서 만나본 후 이야기를 한번 엮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가족과 일,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모든 걸 담으면 트렌디한 영화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 큰 여자의 성장이야기도 어차피 관계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가장 친밀하고 애증관계가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다 모녀 이야기로 압축하게 됐죠."

가족 이야기는 흔히 신파로 흐르기 쉽다는 점을 정 감독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너무 뻔하고 통속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뻔해서 돌아볼 시간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잊고 있던 것을 환기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제목도 반대가 많았다. 촌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애자'라는 주인공 이름을 지을 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자'자를 붙인 정 감독에겐 그다지 신경 쓰이는 지적은 아니었다. 한자로 쓸 때 '상 중에 있는 자식' '슬픈 아이'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정 감독의 마음을 끌었다. 결국 반대하던 사람들이 적당한 제목을 내놓지 못하자 제목은 '애자'로 최종 낙점됐다.



20대 초반부터 14년간 조감독으로 일해 온 정기훈 감독은 오랜 수련 시기를 거치며 내공을 쌓아왔다. 신인감독치곤 현장 운영이 매우 매끄러웠다는 주위의 평가도, 치밀한 사전분비와 신중하고 차분한 연출도 그러한 경험에서 나왔으리라.


"모녀관계를 그리려니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인터뷰를 많이 해보자고 했죠. 1년 동안 아마도 400쌍 정도의 모녀를 만났을 겁니다. 인터뷰 자료만 두 박스가 됩니다. 물론 제 누님과 어머니 사이의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애자'의 모든 이야기는 그 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기훈 감독은 흔히 말하는 기나긴 도제시스템과 엘리트코스(시나리오 공모전)를 거쳐 14년 만에 감독 데뷔의 꿈을 이뤘다. 케이블 TV가 제시한 연봉 5000만원의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감독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당당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어렸을 때 꿈인 감독이 되고 나니까 '이제 내 꿈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한 정기훈 감독은 "직업을 꿈으로 삼는 건 허무한 일"이라며 웃었다. 정기훈 감독의 목표는 이제 "대중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인가"다. 목표의 시작점으로서 '애자'는 일단 '합격'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윤태희 기자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