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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서거]외국인이 바라본 '서울광장'


"오 마이 갓(Oh my god)"


18일 오후 7시40분경 덕수궁 돌담길을 나와 대한문 앞으로 향하던 크리스티나씨는 영정사진을 든 사람들과 마주쳤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노벨평화상을 탄 그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접한 후였다. 그의 평화로운 미소가 사진 속에서도 느껴졌다. 그의 영정사진을 든 사람들은 경찰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막지 마세요. 왜 길을 막습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영정길입니다. 왜 경찰이 막습니까?"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성이 난 사람들의 심정은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덕수궁앞을 동그랗게 둘러싼 경찰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유연하게 대처해. 말하지도 말고 밀지도 마. 만지지도 말고 그대로 서 있어!"


경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팔짱을 낀채 사람들의 외침에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선임인 듯한 경찰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경찰들에게 지시했다. 대치한 경찰들은 그의 말에 낮고 간결하게 답했다.


"네!"


7시55분이 넘어가자 영정사진을 든 무리는 덕수궁 대한문 앞쪽으로 향했다. 자칫 충돌이 일어날 듯한 순간이었다. 이들이 대한문으로 들어가면 경찰과의 다툼은 불보듯 뻔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들은 천천히 서울광장 쪽으로 향했다.


크리스티나씨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이 하늘로 갔는데 사람들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경찰들도 이들의 길을 왜 막고 서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정황을 설명하자 "정확하게 경찰이 무슨 이유로 막아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디든 임시분향소를 설치해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게 좋을 것 같다"며 조심스레 횡단보도를 건넜다.


서울광장 앞에는 영정사진을 든 무리와 취재진이 한데 뭉쳐 있었다. 임시분향소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외침과 취재진의 질문이 난무했다.


임시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 이들 뒤로는 삼삼오오 모여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크리스티나씨는 촛불을 든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크리스티나씨에게 촛불집회의 의미를 알려주자 "한국은 정말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처럼 아름다운 집회현장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찬사를 내뱉었다.


놀라움에서 감동으로 크리스티나씨의 심경이 변한 걸까 그녀는 촛불을 사야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떠나자 경찰 100여명이 임시분향소를 멀찌감치 뒤로하고 자리를 잡았다.


9시를 넘어서자 임시분향소가 설치됐다. 촛불을 든 사람들도 조문을 시작했으며 경찰들은 이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영정사진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외국인 크리스티나씨가 남겨둘 짧은 서울광장의 기억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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