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급과 테마, 만% 신화의 허상

개미 잡아먹는 슈퍼개미(상)

증시에 슈퍼개미의 '황색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증권 관련 사이트마다 슈퍼개미의 비법을 배우자는 홍보성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몇백퍼센트(%)의 신화는 이제 너무 식상하다. 몇만퍼센트의 신화란 제목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개인투자자은 잘만하면 대박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유혹에 투자자들은 귀를 솔깃 세운다.


세간에 알려진 슈퍼개미들은 주로 중소형 종목에 집중 배팅한다. 5% 지분 신고를 하며 개미들에게 "내가 이 종목을 샀노라"고 알린다. 일부 슈퍼개미들은 아예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이미 유명세를 탄 슈퍼개미의 '돈질'과 선전에 일반 개미들의 추종매매가 이어진다. 물론 대부분 이때가 상투다.

◆자전거 열풍에 경운기도 테마?


슈퍼개미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요즘 농기계 제조업체 대동공업에 쏠려있다.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저 투자로 대박을 낸 슈퍼개미 박영옥씨가 최근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 달 들어서만 세차례나 지분을 늘렸다고 공시를 했다.

박씨가 대동공업의 지분을 늘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세도 몰렸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매수 수량이 4000주(0.9%)에 불과했지만 장중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삼천리자전거로 톡톡히 MB 정책 테마의 수혜를 본 전력이 있는데다 한나라당 중앙위 재정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이력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불이 붙은 결과다.


박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농업산업에 많은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정부의 정책자금이 흘러 들어올 경우 대동공업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부추겼다. (주가가) 떨어지면 더 살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동공업의 슈퍼개미 효과는 아직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22일 박씨의 지분확대 소식을 등에 업고 찍은 2만8800원이 단기 상투였다. 이후 주가는 단 한차례도 2만8000원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4일 오후 1시21분 현재 주가는 2만6300원이다.


장중 52주 신고가(2만9800원)를 기록했던 5월18일 상황도 최근과 유사하다. 5월11일 1만9150원으로 마감됐던 대동공업은 박씨가 12일과 14일 잇달아 지분확대 공시를 내면서 대동공업은 단숨에 50% 가까이 올랐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5월말엔 2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수급과 테마의 결합


박씨와 박씨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이 대동공업에서 자전거주와 같은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농기계업종이 정책테마로 이어질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자유무역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농업테마는 다소 생뚱맞은 게 사실이다.


슈퍼개미들의 주무대는 대부분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종목들이다. 이런 종목들이라야 몇십억원의 자금으로도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박씨와 5년만에 7000만원을 120억원으로 만들었다는 김정환씨 등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슈퍼개미들이 집중 매수해 재미를 봤던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시총이 3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슈퍼개미들은 이런 종목의 지분율을 5% 이상 확보한 후 작업을 한다.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주장부터 정책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얘기를 퍼뜨린다. 이래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슬그머니 투자이유를 '경영참여'로 바꾸며 경영권 다툼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추긴다.


실제 지난해 삼천리자전거가 1차 랠리를 시작하던 무렵, 슈퍼개미들은 경영참여를 거론했다. 물론(?) 자신들이 산 가격보다 배 이상 오르자 경영참여 얘기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수십억원대의 차익실현 사실만 부각되며 일반 개미들의 자전거주 투자만 더욱 부채질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