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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넥타이 거꾸로 맨 회장님

시계아이콘02분 57초 소요

과일주스에 당분을 빼면 무가당 주스가 됩니다. 수박에서 씨를 빼니 씨 없는 수박이 됐습니다. 시계에는 원래 추가 있었고 전화기에도 선(線)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추 없는 시계가 나왔고, 무선전화기가 개발됐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관념이나 상식을 거꾸로, 바꾸어, 거슬러 생각하면 기발한 발명품,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상식을 깨면 팔리지 않는 제품이 팔리고,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역발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역발상을 하라고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발상을 하면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고, 그만큼 매출을 늘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요즘처럼 불황기에는 역발상 경영이 화제가 될 때가 많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역발상 투자로 지구촌의 돈을 주무르고 있지 않습니까?
역발상은 기존의 생각과 관행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역발상이야말로 인간만이 가능한, 인간에게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말을 합니다. 위험한 상상력이 나을까요? 안전하고 보편적인 생각에 더 후한 점수를 매겨야 할까요?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위험한 상상력을 통해 지속적인 진화를 할 수 있었고, 존경받는 기업인을 탄생시켰습니다.
역사에 남는 건축 역시 지극히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라 엉뚱하고 기이한 왼손잡이식 사고에서 나왔습니다. 인간의 사고가 모두 기존의 생각과 관행을 답습했더라면 원시적이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발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옛날에도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찾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도 남겼습니다.
인도의 우화에 베발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현인(賢人)으로 통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크발 왕이 신하들 앞에서 벽에다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이 벽에 그어 놓은 줄을 짧게 만들어야 한다. 단 이 줄에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불가능해. 어떻게 손을 안 대고 더 짧게 만들 수 있나?” 신하들은 이렇게 수군거리며 고민합니다.
이때 베발이 벽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왕이 그어놓은 그 선 바로 밑에 선을 하나 더 그었습니다. 물론 왕의 것보다 길게 그었습니다. 왕이 그은 선이 짧게 됐습니다.


베발은 패러다임을 바꾸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다른 신하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왕이 그은 선에만 집중했습니다. 왕이 그은 선 자체가 고정관념의 감옥같은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베발은 문제 밖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손을 대지 않고 왕의 선을 짧게 하기위해서는 자신이 그은 선이 필요했습니다. 선에 손을 대지 않고 상대의 선을 짧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선을 그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남의 선을 짧게 할까를 생각합니다. 남을 비판하고, 상대방을 끌어내리기 전에 ‘나의 線(역량)’이 무엇인지 생각을 바꾸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여야간의 극한 대립도 따지고 보면 나의 선을 긋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데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상대방이 그은 선을 짧게 하려니 끊임없이 갈등이 확산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겨우 회복의 물꼬가 트이는 듯한 경제에 정치권이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휴가는 시작됐는데 지루한 장마가 짜증스럽습니다. 그러나 뉴스속의 뉴스를 들여다보면 시원한 청량제도 숨겨져 있습니다.
간삼파트너스(건축설계회사) 김자호 회장 얘기를 들으면 조금은 스트레스가 날아 갈 것입니다. 워크숍이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일부러 넥타이를 뒤집어 매고, 구두는 짝짝이로 신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다 가도록 이를 눈치 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답답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실직고(以實直告)했습니다.
“네 넥타이 좀 봐라. 내 구두 좀 봐라.” 직원들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웃으면서 얼굴을 붉혔습니다.
“역발상은 단순하고도 재미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예리하게 파악해 낼 줄 아는 관찰력과 통찰력도 필요합니다.” 그는 최근 이런 얘기를 담은 ‘농담하는 CEO’라는 책을 냈습니다.
발상을 전환하는 에너지 때문에 그가 경영하는 간삼파트너스는 건설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잘 나가는 회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천리마를 찾을수 있지만 김자호 같은 친구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을 만큼 고객들에게, 친구들에게 역량있는 CEO로 평판이 나 있습니다.


KTF와 통합한 KT의 최근 모습도 그렇습니다. 예산실장과 경제수석,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이석채 회장. 그는 생각바꾸기로 공룡 공기업 KT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는 제2의 창업을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미지(CI)와 비전도 공개했습니다.
저가 주목하는 것은 ‘Olleh KT’입니다. 헬로(Hello)라는 영어 단어를 거꾸로 쓴 것이 Olleh입니다. 그는 Olleh에 KT혁신의 승부를 걸었습니다. 통합 KT의 새로운 추진력을 바로 역발상에서 찾겠다는 것입니다. 혁신적인 사고를 통한 역발상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그의 의지가 혁신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지점장의 상식을 깬 발상도 신선한 충격입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박사출신으로 경제연구원 출신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백화점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고 매장 곳곳을 파티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손님이 부쩍 늘어 매출이 30%나 신장했습니다. 백화점 바닥에 앉아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는 파티를 열었더니 매출이 쑥쑥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화개장터처럼 흥겨워졌다는 백화점. 그는 백화점이 상품만 파는 곳이 아니라 서비스와 재미를 줘야한다는 발상으로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에게 그런 일은 자기들도 할수 있다고 시기하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달걀을 하나 가지고 와서는 “누가 이 달걀을 책상위에 세울 수 있겠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달걀을 세우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달걀 한쪽을 깬 다음 세웠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그렇게 하면 누군들 못할까?”하며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말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한 다음에 보면 다 쉬워 보이는 법입니다.”


어제와 같은 생각으로 바로 보면 현실은 암담하고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생각을 1도만 바꾸어 상상력을 발휘하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세우기처럼 말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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