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대우의 경제레터]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한 노인복지관에서 동화구연 강사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신문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에 웃으며 율동을 따라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집니다.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에게 은연중 점잖음을 강요당하는(?) 어르신들에게 동화구연 강사 교육을 시킨다는 건 신선한 발상입니다. 노인들에게 권위를 벗어 던지라고 수천번 말하는 것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눈높이와 몸짓이 변하면 생각마저도 자연스레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남구청은 어르신이 오면 행복하다는 뜻의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그 동안 노래나 댄스 일색이던 노인대상 문화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합니다. 수강생 박춘자 할머니(69)는 “한번 놀고 마는 소모적인 모임이 아니라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배워서 좋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노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며칠 전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인권위원회에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해 결성한 ‘노인인권지킴이단’ 단원 자격으로 서울시내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습니다. 60대에 퇴직한 4명의 남성들과 함께 갔는데 제 역할은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들은 70~80대로 비교적 거동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날은 할머니들을 모시고 야외나들이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저와 짝이 되신 한 할머님은 노골적으로 저와 동행하신 멋쟁이 한 분을 지적하며 짝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연세에도 젊은 할아버지가 더 좋긴 좋은가 봅니다.



방문한 노인요양시설은 할머님들만 입소가 가능한 곳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지내는 곳에는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멋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으로 소란스럽다는 것이지요.



나이를 불문하고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싶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 소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들만 모아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이성이 한 공간에 있으면 상대를 의식해 좀 더 청결에 신경을 쓸 것이고, 좋아하는 이성 노인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할머니들의 얘기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이야기 상대가 그리운 듯 쉴새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습니다. 서로 질세라 얘기 하는 모습을 보니 흡사 개구쟁이 아이들 모습 같기도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할머님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하신 듯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동행한 60대 남자분은 자기도 나이가 좀 더 들면 친구들과 함께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외톨이로 사는 모습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곳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은 요양소 생활이 불편하진 않지만 이구동성으로 뭔가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한평생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오신 분들이라 뭔가 일을 해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노인들에게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아 주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봉양과 노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가까운데 있습니다. 그날 만난 할머니들 중 대부분은 가족이 없다고 말했지만 복지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득 일본의 한 노인요양시설의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개호 (수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가족은 사랑을’ 이라는 문구입니다. 요양시설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부모를 맡기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여러분의 노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