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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희망근로프로젝트 중도포기자 속출

중도포기 2천여명...인천시 전국 2위
노동 강도 강하고 고령자 대다수
지자체, 예산부담·준비부족... 불만 표출

“일이 너무 힘들다. 월급의 일부(35%)를 상품권으로 줘 물건 사는데도 불편이 많다. 똑같은 어려운 처지인데 공공근로자는 현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 <인천시 A구청 희망근로 근무자>

"신청자 중에 노인 분들이 많다. 글을 모르거나 몸이 불편한분도 많아서 일을 시키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놀리지도 못해 무슨 일을 줄까 고민하는 것도 큰 일이다." <인천시 B구청 공공근로 담당>

“예산을 미리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려니 예산 초과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 효율성 있게 일을 추진하기가 힘들다.” <인천시 C구청 공공근로 담당>


저소득층 실업자에게 공공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시작단계에서부터 중도포기자가 속출하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인천시는 1만3250명의 희망근로 신청자를 선발해 지난 6월 1일부터 10개 군·구청 각 부서에 배치했다. 보름여가 지난 16일 현재 2000여명이 개인사정과 취업 등을 이유로 중도포기를 한 상태다. 이는 전국에서 2위로 서울시 다음으로 중도포기자가 많다.

◆ 부평구 보름 만에 411명 중도포기

중도포기자가 가장 많은 부평구는 신청자를 다시 모집해 이달 안에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계양구도 1579명을 선발해 각 부서에 배치했지만 16일 현재 330명이 중도포기자가 나왔고, 남동구에서도 1978명 가운데 338명이 중도포기를 했다.

급여는 월83만원(교통비 등 1일 3천원 별도)으로 이 가운데 35%는 각종 상품권으로 지급된다.(강화군, 옹진군 제외) 이 상품권은 3개월의 사용기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기간을 넘기면 사용할 수도 없다.

또 중구에서도 95명, 강화군 35명, 옹진군에서도 16일 현재까지 24명이 희망근로를 중도포기하는 등 인천시내 군·구청별로 20여명에서 많게는 400여명 가까이 희망근로 중도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중도포기자 발생에 대해 행정안전부 희망근로프로젝트 추진단 관계자는 “대부분 육체노동일이라 노동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을 그냥 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신청한 대기자가 많기 때문에 중도포기자가 나오면 대기자로 채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 '준비부족' 우려 현실로

제도시행 이전부터 준비부족에 따른 부실운용, 전시행정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 시작된 ‘희망근로프로젝트’에 대한 애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에서 중도포기자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희망근로프로젝트’를 발표한 때는 지난 3월 24일이다. 각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들에 ‘희망근로프로젝트’ 실시에 대한 지침을 보낸 것은 5월 8일이며 종합지침은 5월 11일에 보냈다.

실제로 인천시내 각 자치구들이 희망근로 관련 지침을 받은 것은 5월 11일 전·후였다.

그러나 각종 행사 등이 몰린 5월이 되면서 선발방식 및 필요인원, 활용방안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다.

희망근로 선발 공고에서부터 선발전형, 채용 등의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지침 접수 보름여 만인 이달 1일부터 희망근로자들이 근무에 들어갔다.

인천시 각 자치구 관계자는 “공문을 받고서야 희망근로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알았다. 당시 제도의 취지만 이해했을 뿐 행사 등이 겹쳐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3월 발표이후에 각 지자체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준비기간이 짧았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대로 추진하다보니 자치구별 특성이나 소요인력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려가 없었다. 한시적 고용과 저임금·단순노동에 그치면서 벌써부터 중도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 시행에만 급급해 희망근로 일부 예산을 지자체로 떠넘기면서 일선 자치단체 예산 확보에도 비상이 걸리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시 D구청 관계자는 “배정인원 외에는 추경예산을 확보해야만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구 자체에서 논의 중이다. 예산확보가 안되면 다른 예산에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E구청 관계자도 “취지는 좋지만, 예산이 부족해 배정인원 외에는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개인 적성 고려 않고 배정인원 채우기 급급

인천시 각 자치구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30대의 경우 행정보조, 40~50대는 옥외광고물 정비, 60대 이상은 청소 등 환경정비에 희망근로자를 일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본인 의사와 적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근로자들을 배치했고,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차상위계층 포함)주민이다.

희망근로 사업은 환경, 농업, 교통, 복지 등의 분야가 있으나 대부분 단순 반복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시 D구청에서 희망근로를 하는 한 30대 시민은 “어려울 때 도와줘서 고맙지만, 노인들이 많다보니 젊은 층 사람들에게 일이 몰려 힘들다. 적성에는 사무분야를 선택했으나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국제행사 개최 등을 앞둔 인천시는 지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천시는 이번 사업에 시비 90억 원을 들였다. 정부지원금 809억원을 합하면 대규모 사업임에 틀림없다.

정부와 인천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행정편의적,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 희망근로프로젝트

근로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 120% 이하이고 재산이 1억3500만원 이하인 가구)을 대상으로 근로와 연계해 한시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6개월간 현금과 쿠폰을 섞어 월 83만 원을 지급한다. 이달부터 시행돼 40만 가구에게 총 1조70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지난 3월24일 경기부양용으로 이 사업을 발표했다.

라영철 기자 eli700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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